국제
대만 첫 여성 총통 차이잉원, ‘하나의 중국’ 없었다
입력 2016-05-20 14:53 
차이잉원 신임 대만 총통이 20일(현지시간) 타이베이 총통부에 걸린 국부 쑨원의 초상화 앞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대만에서 첫 여성 총통 시대가 열렸다. 차이잉원(60) 대만 총통은 20일 타이베이 총통부 앞 광장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제14대 총통으로 공식 취임했다. 대만 첫 여성총통이자 당나라 측천무후 이래 중화권 최초의 여성 통치자가 탄생한 것이다. 그는 이날 취임식에서 기존 양안의 대화와 소통 기제를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지만 ‘하나의 중국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으로부터 독립성향이 강한 민진당으로 8년만에 대만 정권이 바뀜에 따라 향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는 불안한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전임자인 마잉주 전 총통은 친중노선을 통해 중국기업의 투자와 중국인 관광객을 크게 늘리는 성과를 거뒀지만, 기업 투자가 중국에 편중돼 대만내 청년 일자리가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 1월 대선에서 중국과 정치,경제적으로 거리를 두는 노선을 들고 나와 여당 후보를 25% 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압승을 거뒀다.
차이잉원이 선거에서 승리한 뒤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양안관계 발전의 기초는 92공식”이라며 거듭해서 대만 새 정부의 92공식 수용을 요구했다. ‘92공식이란 지난 1992년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말한다. 하지만 민진당과 차이잉원은 중국으로의 흡수통일 근거가 될 수 있는 92공식 수용을 거부해왔다.
20일 취임사에서도 차이잉원 총통은 92공식에 대한 언급 없이 1992년 중국과 대만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다양한 공감대를 갖고 합의를 이뤘다”며 나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현행 헌정체제와 민주원칙을 양안관계의 정치적 기초로 제시했다. 독립추구 의사도 밝히지 않았지만, 92공식을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히지 않아 지지층과 중국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해석된다.

차이잉원이 비교적 온건한 수위에서 양안관계를 설정함에 따라 중국은 당분간 대만 새 정부와 대화를 모색하되 차이잉원이 독립성향을 강화할 경우엔 압박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차이잉원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으면 경제적, 군사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국은 차이잉원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여행사들의 단체 여행객 대만방문을 축소하고, 국제회의에서 대만 대표의 참석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차이잉원 정부의 92공식 수용을 압박해왔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차이잉원과 민진당이 과거 천수이볜 총통 시절처럼 대만 독립을 추구할 경우엔 중국의 더 큰 보복조치가 예상된다. 여기에는 기존 양안간 협력협정 폐기와 군사적 위협까지 포함된다. 실제로 대만의 국회 격인 입법원은 최근 국민투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민진당이 다수당인 입법원에서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독립노선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초안에는 ‘국토변경 결정 ‘양안간 정치협의에 대해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중국과의 통일이나 독립을 국민투표를 거쳐 자주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미 경제의 상당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차이잉원 정부가 중국과 반목하는 노선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비롯해 지난 8년간 마잉주 정부에서 급속히 진행된 양안 경제협력의 결과 대만 수출의 중국 비중은 현재 25%에 달하고, GDP의 16%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12%에 달하는 청년실업률은 차이잉원 정부가 당면한 최대 과제이지만, 이 역시 관광을 비롯한 서비스 분야에서 중국과 경제협력 없이는 해소가 불가능해보인다.
차이잉원 정부는 미국 주도 TPP 가입과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특히 일본은 20일 취임식에 현역 의원 12명 등 250여명으로 이뤄진 대규모 축하사절단을 보내 대만-일본 밀월시대를 예고했다. 박한진 타이베이무역관장은 차이잉원 총통은 취임 전부터 일본교류협회(주대만 대표부 격)와 여려차례 접촉하고 FTA 체결과 해외시장 공동 개척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차이잉원(蔡英文)은
사업가인 아버지와 산악지대 소수민족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1956년 태어났다. 국립 대만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만정치대 법학 교수를 지내다 지난 2000년 천수이볜 총통에 발탁돼 대륙위원회 주임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미혼인데다 항상 화장기없는 단발머리 스타일을 고집해 ‘국민누나로 통한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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