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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지의 번안 매치] No. 14 박인희 ‘방랑자’
입력 2016-05-18 16:34 
‘이용지의 번안 매치는 섹션에서는 한국 대중가요사에 존재하는 번안곡들을 원곡과 비교해서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대한민국 가요계는 1970년대 디바들의 컴백으로 들떠있다. 35년 이상 가요계를 떠나있던 정미조와 박인희가 그 주인공. 이화여대와 숙명여대를 나온 엘리트들로서 외국 곡들을 즐겨 불렀던 이들은 긴 공백, 외국생활, 컴백 시기까지 맞추며 묘한 평행이론을 만들어 내고 있다. 7080팬들의 마음을 다시 흔들고 있는 컴백 스타 박인희가 이번 번안매치의 주인공이다.

1945년생, 70의 나이를 훌쩍 넘긴 박인희는 숙명여대 불문과 재학 중이던 1960년대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1970년 이필원과 함께한 포크듀오 뚜아에무아로 데뷔했다. ‘세월이 가면 ‘그리운 사람끼리 ‘약속,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곡을 번안한 ‘스카브로의 추억 등을 히트시키며 뚜아에무아의 영광을 만들어냈던 박인희는 1971년 뚜아에무아의 3집 앨범을 끝으로 솔로 전향했고, 이후에도 포크 싱어송라이터로서 인기를 이었다.

1973년 발표한 솔로 데뷔앨범에서는 MT송가로 자리했던 자작곡 ‘모닥불이 히트했고, 시에 멜로디를 입힌 ‘얼굴 또한 히트했다. 박인희 본인이 대학 시절 지은 자작시 ‘얼굴은 ‘한국의 명시집에 수록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오랫동안 사랑 받았다.

1976년 앨범 ‘박인희 고운노래모음 Vol.3의 타이틀곡으로 수록된 ‘방랑자 역시 그녀의 대표곡이다. 포크 대부 이정선이 편곡을 맡아 완성도를 높인 이 곡은 박인희의 맑고 고운 목소리가 원곡의 역동적인 기운과 조화를 이루며 유니크한 매력으로 재탄생했다.

포크 기타의 맑은 울림으로 시작하는 원곡은 지아니 모란디(Gianni Morandi)의 ‘Vagabondo다. ‘vagabondo는 이탈리아어로 ‘방랑하는, ‘방랑자의라는 뜻으로 이 곡은 1970년 발표된 ‘Gianni 7에 수록됐다. 1944년생, 박인희와 또래인 지아니 모란디는 1963년 데뷔한 칸초네(Canzone) 가수로 1969년 이탈리아의 대표 음악 경연인 칸초니시마 페스티벌(Canzonissima Festival)에서 우승하며 세계적 가수로 발돋움했다. 이후 1970년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Eurovivion Song Contest)에서 Occhi di Ragazza'를 히트시키고, 1987년 산레모 페스티벌(Festival of Sanremo)에서 우승하는 등 화려한 족적을 남긴 바 있다. 배우와 텔레비전 쇼 진행자로도 활동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2016년에도 앨범을 발표하는 등 변함없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대를 대표하는 또 한 명의 칸초네 가수 니콜라 디 바리(Nicola Di Bari) 역시 ‘Vagabondo로 사랑 받았다. 지아니 모란디와 같은 1963년에 데뷔한 그는, 칸초니시마 페스티벌, 산레모 페스티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등 지아니 모란디가 주목 받은 음악 경연에서 역시 모두 성공을 거두며 평행이론을 만들었다. 지아니가 ‘Vagabondo를 발표한 같은 해, 1970년 작 ‘Nicola Di Bari에 수록된 니콜라 디 바리의 ‘Vagabondo는 지아니의 곡보다 감성적인 매력이 어필하면서 또 다른 팬덤을 만들어 냈으며 현재까지 ‘Vagabondo의 양대 인기곡으로 꾸준히 울려퍼지고 있다. 글 / 이용지 (대중음악평론가)

[제휴사:트로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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