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 모르는 10대 의류시장 SNS 만나 `대박`
입력 2016-05-18 14:59  | 수정 2016-05-18 16:29

군 제대후 어렵게 들어간 대학을 1년 만에 자퇴했다. 쇼핑몰을 운영해보고 싶어서였다. 다들 부러워하는 금융사에 들어간 여자친구 역시 회사를 관뒀다. 남자친구의 사업을 적극 밀어주기 위해서였다. 주변에서 말릴 법도한데, 그의 탁월한 패션감각을 먼저 믿어줬다. 그리고 마케팅 경험이 풍부한 기획자와 함께 의기투합했다. 개발자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삼박자가 딱딱 맞아 떨어졌다.
요즘 10대 청소년들에게 유행하는 ‘마약 스키니를 팔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반할라 박진홍(31·사진 가운데) 대표 얘기다. 줄다리기를 할 정도로 쭉 늘어나 체형 커버에 탁월하다고 입소문난 마약 스키니는 스판 소재의 바지, 스커트 등을 의미하는 반할라 대표 상품이다. 누적 판매량이 15만장을 찍으며 월매출 역시 지난 3월 10억원을 돌파했다. 일명 ‘마약 시리즈를 전면에 내세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박 대표를 17일 만나 얘기 들어봤다.
지난해 9월 쇼핑몰을 창업했으니까, 월매출 10억은 6개월만에 달성한 성과에요. 창업 첫달 매출은 1000만원이 채 안 됐었죠.”
담담하게 쇼핑몰 실적을 밝히는 박 대표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쇼핑몰이 문을 열고 닫는 온라인 쇼핑몰 업계에서 무서운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10명의 직원으로 시작했던 사업은 40여명의 인력이 필요할 정도로 커졌고 조직은 마케팅 및 기획팀, 상품소싱팀, 개발팀 등으로 체계화됐다.
쇼핑몰이라고 하면 대부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저희는 다릅니다. 프로그램 개발팀이 따로 있는 것부터 차별화됐고, 상품소싱팀보다는 마케팅 및 기획팀의 인원이 더 많을 정도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죠.”
창업 전 박 대표는 190여개의 쇼핑몰들을 샅샅이 조사했다. 20~30대 직장인들을 위한 쇼핑몰은 넘쳐난 반면, 10대 청소년들을 위한 쇼핑몰은 많지 않았다. 분명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부족한 10대 의류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10대 소비력은 20~30대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경기 흐름을 타지 않고 꾸준한 소비 성향을 보이는 점과 성장기에 있다보니 새로운 사이즈의 옷이 자주 필요하다는 여러 분석들이 그의 결심에 힘을 실어줬다. 누적회원 100만명, 방문자 수 1000만명 돌파.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10대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쇼핑몰을 자주 방문하고, 더욱 오래 머물렀다.
저뿐 아니라 직원들 모두 놀랐어요. 10대들의 반응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좋았거든요. 쇼핑몰을 마치 놀이터처럼 생각하며 방문하더라고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서 저희 옷을 보고 얘기 나누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퍼다 나르며 즐거워하더라고요.”
박 대표는 이런 10대들이 쇼핑몰 방문을 통해 소통의 기쁨을 누리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실제로 반할라 계정으로 운영하는 페이스북에서는 운영자와 10대 소비자들 사이 실시간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5차 재입고돼 현재까지 6만796개가 팔린 마약 스키니를 소개하는 글에는 운영자 언니, 너무 좋아요”, 이 옷 입고 남자친구 만나야지”, 진짜 사길 잘했어요”, 핵인정”, 미친 스판, 쭉쭉 늘어나요” 등의 댓글이 많이 달려 있다.
박 대표는 10대들의 댓글을 보면 정말 순수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호응해 줘 SNS전담자 역시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반할라에는 SNS운영을 비롯한 마케팅 업무 담당자가 총 4명이 있다.
특히 반할라를 10대들의 놀이터로 자리매김하게끔 도와준 이벤트가 있다. ‘장바구니 100만원과 단체 반티를 무료로 맞춰주는 이벤트다. 페이스북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린 이벤트는 우선 쇼핑몰 사이트에서 소비자들이 골라 장바구니에 담아둔 옷 100만원어치를 무료로 주는 것이다.
박 대표는 다른 쇼핑몰 사이트에서 그대로 카피해 따라할 정도로 소비자들 사이 반응이 엄청났다”며 10명의 고객에게 100만원어치를 무료로 쏘는 것이지만 모바일 앱 다운로드 후 참여 가능한 이벤트를 통해 우리가 얻는 효과는 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또래집단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또 우정을 중시여기는 10대들의 취향을 그대로 저격한 것이 바로 단체 반티 무료 맞춤 이벤트다. 이벤트 동영상에 댓글을 달아준 학생이 소속된 학교의 반 인원수만큼 반티(상하의)를 공짜로 보내주는 것. 중고등학생 체육대회 시즌과 맞물려 올린 이벤트 동영상은 놀라운 속도로 SNS 상에서 퍼져나갔다. 총 조회수 21만회를 기록하며, 온오프라인에서 반할라를 회자되게끔 했다.
박 대표는 이같은 이벤트가 결코 즉흥적이거나 우연하게 나온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철저히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꿰뚫었기 때문에 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저희 쇼핑몰에는 방문한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을 샀고, 또 뭐랑 같이 샀으며, 언제 어떻게 샀는지 등의 기록이 다 남아있다”며 NHN고도의 독립형 솔루션을 이용하며 프로그램 개발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숫자로 일한다”라고 말하는 박 대표는 MD(상품 기획자)들에게도 철저히 매출 실적에 기반해 일할 것을 주문한다. 처음에는 패션 전문가인 MD들로부터 왜 우리가 숫자에 신경써야 하냐”며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MD들이 고른 옷의 매출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자 MD간 경쟁을 불러일으켰고, 무엇보다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히 됐다.
박 대표는 반할라란 쇼핑몰을 누구나 다 아는 쇼핑몰로 브랜드화 시키는 게 사업의 목표라고 밝혔다. 레드오션일 수 있는 쇼핑몰 창업에 뛰어든 이유도 레드오션이어도 정상은 있는 법이니 꼭 그 정상을 차지하고 싶다는 포부가 컸다. 그는 포화상태의 쇼핑몰 시장이지만 누군가는 정상에 있고 또 누군가는 정상에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죽을 때까지 죽은 게 아니다란 각오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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