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윤여정 "일하는 세상은 무서운 곳이죠"
입력 2016-05-18 09:16 
영화 '계춘할망' 오매불망 손녀 바보 할머니 役
"제가 도회적인 이미지가 소진됐대요"
"증조할머니와 엄마 생각 많이 한 영화였죠"
"다 엎고 집에 가고 싶었던 촬영장, 책임감 때문에 끝냈죠"
"시청자 반응 보고 내용을 바꾼다는 작가=숙제 안 해온 것"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과거 김기영 감독과 처음 만나 영화 촬영할 때 도망간 적도 있고, 화장품 케이스 던지고 싸운 적도 있는데 이번에 오랜만에 그런 생각을 하게 했죠. 김기영 감독과 싸운 뒤 영화를 안 했거든요? '영화감독들은 다 이상하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늙어서 그 사람이 얼마나 훌륭하고 대단한 감독인지 알게 됐죠. 그 뒤 속죄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물론 현장에서 화가 날 때는 그 마음을 잊어버리지만요. 이번에는 특히 힘들더라고요."
배우 윤여정은 영화 '계춘할망'을 향한 애정을 쏟아냈다. "'계춘할망' 첫 촬영 때 다 엎고 집에 가고 싶었을 정도였다"고 한 그는 인터뷰 내내 불만을 토로한 듯했다. 하지만 거침없는 그의 직언은 좀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과 연기 열정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했다.
제작사 대표의 도발(?)이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김고은)와 오매불망 손녀를 기다린 계춘 할망(윤여정)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감동 드라마 '계춘할망'의 시작이었다. "선생님은 이제 도회적인 이미지가 소진됐다"는 말이 윤여정의 흥미를 자극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일단 해녀복을 입고 벗기조차 힘들었다. 의상팀이 너무 딱 맞는 해녀복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숨 쉴 틈은 만들어줘야 했던 거 아니냐"고 한숨을 내쉰 그는 옷을 벗다가 귀가 살짝 찢어졌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 고생담은 이어졌다. 초반 신에서 뱀장어를 앞치마에 넣는 신을 찍다가는 사타구니 부근을 물렸다. 제작진이 항생제를 얻어오는 과정에서 마찰이 있기도 했다. 손발이 안 맞는 촬영장이었고, 답답했다.
윤여정은 꼬맹이 배우를 혼내는 역할도 마다치 않았다. 어린 손녀 역할이 무척이나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윤여정은 "아무리 어려도 여배우는 여배우"라며 "일하는 세상은 무서운 곳이다. 애를 데려다가 '너 여배우야. 소리 질러봐. 더 크게!'라는 소리를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끝까지 이 영화에 참여해 감동을 전할 수 있었던 건 노배우의 책임감 때문이다. "내가 이 영화를 엎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합니까? 또 따뜻한 이야기, 증조할머니가 생각났기에 잘 끝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나이 든 역할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윤여정은 분장팀에 얼굴을 내줬다. 거울도 보지 않았단다. 다만 "스크린 속 모습을 보고 '아, 우리 엄마 같구나'라고 생각했다. 엄마와 나는 다르다고 느꼈는데 아니었다"며 생각에 잠겼다. 언론시사회에서는 노모를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윤여정은 황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답은 케이블채널 tvN '디어 마이 프렌즈'로도 시청자들을 찾고 있다. 그는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라며 "노희경 작가는 대단하다. 벌써 원고가 많이 나왔다. 그 책임감은 중요하다. 몇몇 작가들이 시청자 반응 보고 내용을 바꾼다고 하는데 그건 웃긴다고 생각한다. 숙제 안 해온 것 같을 뿐"이라고 또 직언했다.
현실 속 윤여정은 어떤 할머니일까. 돌아오는 답은 약간 허무했다. "우리 집안은 다들 결혼이 안 되나 봐요. 아들들도 아직 결혼을 못 했어요. 조카도 없고요. 아이들은 잠깐 보는 건 좋아하는데 계속 뛰어다니고 정신 사납게 하는 건 싫어요. 친구들 모임에 조카나 손주들은 절대 못 데려오게 하는데요?"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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