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장사 매출 2년만에 증가…실적 바닥쳤나
입력 2016-05-17 17:37 
■ 코스피 12월법인 519곳 1분기 실적 분석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올 1분기에도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은 개선되는 '불황형 흑자' 구도가 이어졌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이어오던 상장사들 매출이 2년 만에 미미하나마 증가세로 돌아서 바닥 탈출 신호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제조업체 519개사의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실적을 분석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총매출액은 401조73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4%(9645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30조2164억원으로 13.9% 늘었고, 순이익은 22조8409억원으로 19.4% 급증했다. 이 같은 이익 급증세는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약세로 인한 원가 절감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용 절감, 1분기 원화값 약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제조업 상장사들의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늘어난 것은 2014년 1분기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2014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19% 늘었던 상장사 매출은 그해 2분기(누적 기준) 0.15% 줄어든 이후 8분기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매출 감소율이 5.78%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줄어들기만 하던 상장사 매출이 모처럼 늘어나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매출 턴어라운드'가 펼쳐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출 턴어라운드는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불황형 흑자 구도에 변화가 온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매출 증가세가 워낙 미미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매출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0.48% 줄었다. 최근 3~4년간 지속된 국내 기업의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매출 증가는 원화값 약세로 인해 원화 환산 매출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한다"며 "내수 업종은 매출이 증가한 것이 사실이지만 국가 경제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 업종에서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원화값 약세 기조는 2014년 말부터 계속 이어져온 현상으로, 1분기 매출 증가세를 환율 효과만으로 돌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를 기점으로 상장사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1분기 실적 시즌에 영업이익뿐 아니라 매출액 측면에서 기존 전망치를 상회하는 기업이 눈에 띄게 증가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저유가 기저 효과 완화와 중국 투자 사이클 재가동으로 하반기 글로벌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면 상장사들의 매출액 증가 추세는 보다 확연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장사를 얼마나 잘했는지 보여주는 이익지표는 지난해보다 개선됐다. 특히 매출액 순이익률이 5.69%로 지난해보다 0.91%포인트 올랐다. 기업이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았을 때 최종적으로 57원을 남겼다는 뜻이다. 다만 상장 제조업체들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22.41%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0.06%포인트 높아졌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외형과 수익성 모두 성장했다. 거래소와 코스닥협회가 집계한 코스닥시장 12월 결산법인 676곳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1조755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28%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조7138억원과 1조2790억원으로 각각 2.55%, 1.90% 늘었다.
[노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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