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효자된 ‘원유 DLS’ 3개월만에 속속 조기상환
입력 2016-05-16 17:07 

올해초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파생결합증권(DLS)에 3000만원을 투자한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통장잔고를 확인하고 웃었다. 그는 지난 1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초반까지 하락하자 더 이상 얼마나 떨어지겠느냐는 생각에 원유 DLS에 투자했다. 2월 중순 이후 유가가 반등하면서 김씨가 투자한 DLS는 지난달 54만원(세전) 수익을 내고 조기상환됐다. 3개월 만에 1.8%(연환산 7.2%) 수익률로 1년 만기 예금금리(1.5%)보다 높은 수익을 낸 셈이다.
최근 3개월 사이 국제유가가 60% 이상 반등하면서 연초 발행된 원유 기초자산 DLS 상품들이 속속 조기상환되고 있다. 지난 2014년 발행된 원유 DLS에서 올 들어 약 3500억원의 원금손실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가 단기간에 급반등한 만큼 향후 국제유가 조정이 나타날 때마다 분할매수하는 방식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16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발행된 원유 DLS 23건, 발행금액 기준 73억원 어치가 3개월만에 조기상환됐다. 같은 기간 발행된 원유 DLS 43건(발행금액 157억원)의 절반 가량이 조기상환된 것이다. 최근 조기상환이 이뤄진 DLS는 만기가 1년 짜리 상품으로 3개월 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다. 보통 발행 당시 기준가격 대비 85~90% 이상이면 조기상환이 이뤄진다. 지난 2월 11일 배럴당 26달러까지 하락했던 국제유가가 4월 이후 배럴당 40달러선으로 회복되면서 연초 발행된 DLS 상당수가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수익률은 기초자산을 서부텍사스산(WTI) 원유와 북해산 브렌트유 가운데 하나만 쓰는 상품은 연 5~6%, 두 개 기초자산을 동시에 활용하는 상품은 연 7~8% 정도 된다. 3개월 만에 조기상환이 이뤄지면 기초자산이 1개인 DLS는 약 1.5%, 2개인 DLS는 2% 정도 수익이 발생한다. NH투자증권이 지난 1월22일 발행한 ‘DLS 2059호의 경우 WTI유와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연간 제시 수익률이 7.7%였다. 발행 당시 기초자산 가격이 모두 32달러대였는데 3개월 후인 지난 4월22일 WTI유는 43달러, 브렌트유는 45달러까지 오르면서 3개월만에 약 1.9%의 수익률로 조기상환됐다.

WTI유 기준 지난 2월11일 배럴당 26달러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국제유가는 4월 들어 40달러선을 회복하고 이달 들어선 50달러 가까이 올라있다. 단기 급등으로 유가의 추가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지난 2월 최저치 밑으로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원유 DLS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원금손실 발생조건(녹인·Knock-In)이 50%인 상품 기준 향후 1~3년 안에 유가가 25달러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연 6~8% 수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유가의 하락 지지선을 섣불리 예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는 만큼 DLS로 원유에 투자하더라도 조정시 분할매수하는 수준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3월 월간 200억원 이상씩 발행됐던 원유 DLS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로 올라선 4월 이후 발행액이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유가가 40달러 후반까지 오른 이달에는 지난 12일까지 발행액이 28억원에 그치고 있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 유가 전망은 우상향쪽이나 중간중간 가격이 조정을 받을때 투자비중을 조금씩 높여 나가는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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