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충청도의 힘…권력의 중심부로 급부상
입력 2016-05-16 16:25  | 수정 2016-05-17 16:38

정치권에서 충청 출신들이 약진하면서 그동안 주변부에 머물렀던 충청권이 권력의 중심부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초 JP(김종필 전 총리)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친박·비박으로 나뉜 새누리당의 균열을 뚫고 원내 사령탑에 오른 데 이어 지난 15일 청와대 비서실장에 충북 출신인 이원종 전 충북지사가 전격 기용됐다. 같은 날 대전이 고향인 김용태 의원은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집권 여당의 개혁 밑그림을 그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임명직이긴 하지만 더민주 정책위의장에 충북 청원 출신인 변재일 의원, 원내 수석부대표엔 충남 천안 출신인 박완주 의원이 기용됐다. 5선에 성공한 박병석 의원(대전 서갑)은 국회의장에 도전장을 낸 상태다.
이같은 약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기존 정치에 대한 염증이 충청권이 중심부로 떠오르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의 경우 충청 지역을 대표하던 자유선진당은 새누리당과 통합됐지만 이인제 전 최고위원 등 일부를 제외하면 자유선진당 출신 의원들은 주류로 기용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은 커녕 원내 2당으로 굴러떨어지는 참패를 당하면서 친박계와 기존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비주류면서도 계파색이 옅은 충청권 인사들이 수혜층이 됐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친문계가 중심이 돼온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번 총선은 물론 다가오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당의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새롭게 영입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그동안 소외돼온 충청권 인사들을 적극 기용했다는 것이다.
충청 출신의 약진은 또 차기 대권구도와 연관성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13 총선에서 충청도는 24년 만에 지역당이 없는 구조 속에 선거를 치렀다. 결과는 절묘했다.
27석이 걸린 충청에서 새누리당이 14석, 더불어민주당이 12석, 무소속이 1석을 가져간 것. 지역구 후보군이 부실했던 국민의당도 정당투표에선 전국 득표율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갔다. 충청 표심은 전국적으로 나타난 3당 ‘황금분할의 축소판이었던 셈이다. 충청 표심을 잡는 당이 선거에서 이긴다는 선거판의 공식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역대 대선에서도 중원인 충청을 공략해 표심을 얻은 사람이 승리했다.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중원에서 우위를 확보해 결국 집권에 성공했다.
이달 말 내한하는 충청 출신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미 차기 대권구도에서 ‘상수(常數)가 됐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특히 여권 친박계가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의 진앙 역할을 하고 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라디오에 출연해 반 총장은 새누리당에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며 반 총장을 꼭 모셔와야 한다는 말씀은 아니지만 (반 총장 영입이)새누리당이나 대한민국을 위해 좋은 선택이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원종 비서실장 임명을 두고 충청권을 염두에 둔 ‘정치행위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이처럼 충청권이 점차 정치권의 주목을 받자 충청 출신 정치인들도 이같은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충청권 부상과 관련해 나라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앞장 서 분연히 일어나는 사람들이 충청인”이라고 힘을 실었다.
정 원내대표는 취임 후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중부권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언덕이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신헌철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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