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하이투자증권 매각, 가격이 걸림돌
입력 2016-05-16 16:18  | 수정 2016-05-16 17:30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하이투자증권도 매각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하이투자증권의 매각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하이투자증권 인수와 세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 당시 고가에 지분을 인수하면서 수천억원대의 투자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의 매각가는 5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말 기준 자기자본은 총 7146억원으로 주당순자산비율(PBR) 0.8배를 적용하면 매각 대상인 대주주 보유 지분의 가치는 약 50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통상 증권사 M&A에서 PBR 0.8배 안팎을 적정 가격으로 본다.지난 2013년 우리투자증권 매각 당시 매각가는 PBR 0.79배였다. 2014년 아이엠투자증권도 PBR 0.85배의 가격에 팔렸다.
반면 지난해 업계 1위 대우증권 인수전 당시에는 매각가가 PBR 1.29배로 뛰어올랐고, KB금융과 한국투자증권이 재격돌했던 현대증권 인수전 결과 매각가는 1.7배까지 치솟았다.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M&A의 경우 이들 증권사를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최상위로 도약할 수 있고 대형 증권사 매물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매각가가 높게 결정된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업계 16위로, 몸집 불리기 측면에서 대우증권이나 현대증권 만큼의 메리트가 없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5000억원 정도에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하면 수천억원대의 투자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하이투자증권의 대주주는 지분 83.2%를 보유한 현대미포조선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2008년 7월 구 CJ투자증권 지분 75.1%를 7050억원에 인수했다. 주당 인수가는 4367원이다. 당시에도 인수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CJ투자증권의 순자산 규모는 약 2000억원이었다. 매각 대상 지분 75%를 당시 중소형 증권사 평균 PBR 1.5배에 매각한다고 했을 때 매각가는 2900억원이었다. 결국 3000억원 가량의 매물에 경영권 프리미엄, 증권업 진출을 위한 라이선스 프리미엄 등으로 4000억원을 더 얹어 사온 셈이다.
인수 직후인 2008년 12월 현대미포조선은 7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때 주당 발행가액은 인수 때보다 낮아진 2450원이었다. 1차 유상증자 당시 현대미포조선은 하이투자증권의 기업가치를 7537억원으로 판단했다. 이어 2010년에는 33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했다. 발행가는 주당 2250원으로, 기업 가치를 2008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판단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세 번째 유상증자가 진행됐다. 주당 2000원으로 1200억원의 신주를 발행했다. 당시 현대미포조선이 산출한 하이투자증권의 기업가치는 9080억원 수준이었다. 상장 증권사 가운데 대신증권(시총 5661억원)과 교보증권(3654억원)을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하이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그룹에 피인수된 이후 지난해 단 한차례의 배당을 실시했을 뿐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주당 1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총 배당금은 40억원으로 이 가운데 현대미포조선이 겨우 34억원을 받아갔을 뿐이다.
결국 현대미포조선이 하이투자증권에 쏟아부은 자금은 인수에 7050억원, 세 차례의 유상증자에 5200억원, 총 1조2250억원 규모다.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부은 회사를 단 5000억원 수준에 매각한다면 7000억원의 투자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현대증권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받아야 투자금을 건질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 인수 시너지 등을 감안하면 대우증권이나 현대증권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면서 막대한 투자손실을 감수하고 당장 현금을 손에 쥐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현대중공업그룹도 하이투자증권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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