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대상선, 이번주 용선료 인하 협상에 사활 건다
입력 2016-05-15 17:14  | 수정 2016-05-16 07:47

새로 재편되는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배제돼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현대상선이 이번주에 예정된 용선료 협상에 사운을 걸고 나섰다.
15일 채권단과 현대상선 등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채권단이 제시한 시한인 이번주말까지 용선료 협상을 타결하기위해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채권단인 산업은행까지 직접 나서서 오는 18일 한국에서 해외 용선주 4곳을 초청해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을 열고 최종 담판을 벌인다.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에 실패한 현대상선 입장에선 경영 정상화 첫 단추가 될 용선료 인하 협상을 성공해야 경영정상화는 물론이고, 해운동맹 재가입 기회도 주어지기 때문이다.
당초 채권단은 현대상선에게 용선료 인하 협상 마감 시한으로 5월 중순을 제시했다. 아무리 늦어도 20일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가운데, 5월 초 현대상선은 모든 용선주들을 대상으로 보낸 레터를 통해 ‘16일까지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22개 용선주 중 4곳이 마지막까지 용선료 인하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채권단은 오는 18일 외국 용선주들을 불러모아 마지막 담판을 벌이기로 했다. 이 자리엔 그 동안 용선료 인하 협상을 지원한 로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총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용선료 인하 협상이 성공할 경우 현대상선은 법정관리 위기를 일단 모면하게 되지만, 실패할 경우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산업은행은 용선료 협상 결과 여부를 떠나 17일 다른 채권은행들에게 현대상선의 채무재조정 등 경영정상화 방안을 부의할 예정이다. 이후 18일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용선주 대면 협상에서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현대상선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이 경영정상화 방안을 가결하더라도 용선료 협상이나 사채권 만기연장이 실패하면 이 방안은 자동종료되는 조건부 경영정상화 방안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18일 추진중인 만남을 중요한 담판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지만 용선주들의 참석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최고책임자들이 만나는 자리가 아닌 만큼 회의 참석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최종 컨펌을 받는 등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딱 특정일을 결정적인 날로 못박기는 힘들다”면서 이달말까지 어떤 형태로든 향후 처리방안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조건부 자율협약 상태에 들어간 현대상선은 변양호-마크워커 팀의 주도로 해외 선주 22곳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여왔다. 현대상선은 매년 1조원에 가까운 용선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현재 시세보다 5배정도나 높은 비용이다. 용선료 인하 없이 채무 재조정 만으로는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용선료 협상은 계약 상대방과 선박의 종류, 인하 폭 등이 제각각이지만 총 용선료의 28.4%(3년 6개월간 약 7200억 원)를 인하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목표에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채권단은 25%까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와 사채 재조정을 경영정상화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으나 지난 13일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배제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현대상선 측은 제 3얼라이언스 ‘THE 결성 발표 직후 배제가 아닌 유보”라고 담담한 척 했다. 용선료 협상 타결과 자율협약 신청등이 받아들여지면 다시 재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재가입은 미지수다. 해운동맹 재가입을 위해 현대상선은 얼라이언스에 속한 선사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할 수 밖에 없다. 얼라이언스 추가 가입을 위해선 소속 선사들의 100%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THE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독일 선사 하파크로이드, 현대상선과 비슷한 처지인 한진해운을 확실한 아군으로 포섭해야 한다.
한진해운이 현대상선 해운동맹 재가입에 주요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진해운 입장에선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채권단 지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인데, 일단 경쟁사보다는 유리한 입지를 선점해야 하기 때문에 현대상선의 3동맹 편입을 환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13일 THE 발표 직후 영업사원들에게 보낸 지침을 통해 현대상선 (얼라이언스 가입)에 대한 문의를 받을 경우 추측성 의견을 자제해달라”면서도 얼라이언스는 당분간 추가 영입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답변해 달라”고 밝혔다.
다만 채권단이 제시한 두 가지 조건만 충족한다면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재가입이 완전히 물건너간 것은 아니다. 회사 생존이 불투명한 회사를 편입할 경우 향후 얼라이언스 신뢰성에도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글로벌 선사들이 등을 돌렸지만, 2M과 오션에 비해 규모가 작은 THE 입장에선 현대상선의 배 한척이라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세계 1,2위 선사가 연합한 2M은 계약기간도 남아있고 두 선사가 워낙 공고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짚고 들어갈 틈이 없지만 현대상선이 경영정상화만 된다면 THE 뿐만 아니라 중국 선사가 주도한 오션에도 가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밝혔다.
[정석우 기자 / 윤진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