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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설익은 수원더비, 시간이 필요해
입력 2016-05-15 13:40 
첫 맞대결 펼친 수원삼성 서정원 감독과 수원FC 조덕제 감독.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올 시즌 K리그 축구판에는 ‘더비, ‘대전이 활개를 친다.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에 (꿰맞춘 티가 역력한) 깃발더비가 탄생하는가 하면, 사실상 신생구단이 명문구단과 같은 지역에 속했다는 이유로 ‘수원더비로 불린다. ‘빌리언 매치도 아니고, ‘십억 대전도 아닌 ‘빌리언 대전은 또 무엇인가.
이러다 클래식 한 팀당 11개씩 ‘더비를 보유하게 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다. 꼭 이름 하나 달아줘야 흥행에 이롭다는 생각을 하는 걸까. 흥행 첫 번째 요소는 선수와 팬, 두 번째도 선수와 팬이다. 이름 하나 지었다고 ‘노잼이 갑자기 ‘꿀잼이 되지는 않는다. 프리미어리그의 첼시와 리버풀은 명칭 없이도 흥행에 실패하는 법이 없다.

14일 수원FC와 수원시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역사상 첫 수원더비 현장을 찾았다. 개인적으로 기대감이 컸다. 더비여서가 아니었다. 수원 터줏대감을 상대로 ‘우리가 진짜 수원클럽이라 외치는 수원FC의 도전이 승리로 귀결될지 지켜보고 싶었다.
경기는 기대 이상 ‘꿀잼이었다. 경기 중후반 살 떨리는 한 골 승부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차분한 어조로 기쁨을 표출한 서정원 감독과 화를 꾹꾹 누른 조덕제 감독의 같은 기자회견 다른 반응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오길 잘했다.
거듭 말하지만, ‘경기가 재밌었다.
수원FC를 대구FC로, 수원삼성을 경남FC로 바꿨어도 ‘꿀잼을 외쳤을 경기였다. 굳이 이름 붙인 ‘수원더비여서가 아니었다. K리그 현장을 다녀보면 이런 경기 생각보다 흔하다. 더비가 아닌 ‘일반 경기에서도.
첫 수원더비에는 11866명이 찾았다.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대대적인 홍보에 가려졌을 뿐, 양팀은 같은 수원을 연고지로 한다는 것 외에는 ‘더비의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언급한 ‘엘클라시코 ‘북런던더비 ‘밀라노더비의 분위기는 너 죽고 나 죽자”라면, ‘수원더비는 수원삼성이 이기면 본전. 비겨도 패배”에 가까웠다. 수원 관계자는 다른 어느 경기보다 부담이 크다”고 경기 전 말했다.
더비는 라이벌 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양 팀 간엔 더비라 부를 만한 역사가 없다. 서포터즈 숫자 차이도 확연하다. 이날 동점골을 터뜨린 수원FC 공격수 김병오는 경기 중 원정석을 가득 메운 수원삼성 서포터즈의 존재로 움츠러들고, 기가 죽었다고 했다. 이 말 속에 ‘수원더비의 현실이 담겼다.
서정원 감독은 시종일관 진다는 생각을 한 적 없다고 했다. 알게 모르게 전통, 서포터즈, 전력 우위에 대한 우월감을 갖고 있다. 경기 중 진땀 꽤나 흘렸지만, 그 문제를 수원FC가 아니라 수원삼성 내부에서 찾으려 했다. 다만 상대 예우 차원에서 수원FC를 존중하는 듯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이런 상황이 켜켜이 쌓여야 더비의 모습을 갖춘다. 지금 양 팀에는 어떠한 라이벌 의식도 느낄 수 없다.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2-1 스코어, 흥미진진한 경기의 배경을 ‘더비에서 찾아선 안 된다. 클래식 2라운드 맞대결에서 지루한 경기 속에 0-0 무승부가 나와도 ‘꿀잼이라 외칠 수 있을까.
수원더비는 깃발더비, 빌리언 대전과 같은 정치쇼와는 가는 길 자체가 다르다. 그렇다고 그 길 위에 꽃이 놓인 것은 아니다. 서정원 감독의 말마따나 수원FC의 경험치가 쌓여야 비로소 더비의 향기를 풍길 것이다. 바라건대 이제 막 눈을 뜬 수원더비를 슈퍼매치와 비견하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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