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우조선 과거 회계 `이중장부` 논란
입력 2016-05-12 17:36  | 수정 2016-05-12 22:18
대우조선해양이 2013~2014년 결산 때 흑자로 발표한 재무제표와 달리 이미 수천억 원대 적자를 예상한 내부 원가추정자료를 갖고 있었음에도 외부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에는 엉터리 자료를 제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우조선은 애초 지난해 영업손실을 5조5051억원으로 잠정 발표했다가 회계법인 요구로 이 중 절반 선인 2조5679억원을 2013년, 2014년에 소급 반영하는 식으로 수정했다. 회사 측은 이를 경제상황을 잘못 예측한 '추정오류'라고 발표했으나 회계법인 측 주장대로 사실상 '이중장부'가 존재했다면 분식회계로 간주돼 민·형사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 측은 "이중장부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어 현재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의 감리에서 분식 여부를 판가름할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산업은행과 자회사 대우조선을 감사하던 중 대우조선의 '내부관리용 원가추정자료'를 받았는데 이 자료를 당시 안진도 회사 측에서 입수했다"며 "대우조선이 애초 2013년, 2014년 결산 때는 이보다 원가추정을 훨씬 적게 한 자료를 회계법인에 넘겨줬다"고 주장했다.
이 내부자료에 따르면 2013~2014년에 대우조선은 2조3000억원을 손실처리해야 했으나 이를 2015년에 몰아서 한꺼번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2조3000억원 가운데 1조5000억원 선은 애초 예상과 다르게 추가적으로 원가가 불어나 손실로 인식했어야 할 부분이다. 나머지 8000억원은 미수금 등으로 인해 대손충당금을 쌓았어야 할 몫이라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대우조선은 2011년 노르웨이 석유 시추업체인 송가오프쇼어에서 극지용 반잠수식 시추선을 수주했으나 약 140차례에 달하는 설계변경과 공기지연 등으로 예상치 않게 원가가 급증해 2013년과 2014년 1조원대 손실을 입었다. 올 3월 수정 전까지 이 손실은 2015년 결산 실적으로 잡혔다. 안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적어도 2014년 말에는 이런 손실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관계자는 "안진회계법인이 확보했다는 자료가 어떤 자료를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내부 관리용 원가추정자료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도 그런 자료가 있지 않았다"며 "감사원 감사에서 이중장부 등에 대한 감사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관리회계와 재무회계를 구분하지 않고 단일회계를 하고 있어 이중장부라는 것은 시스템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감사원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감사원 관계자는 "개별 감사 건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함구했다.
그동안 대우조선은 경제상황 등을 제대로 예측 못한 '추정오류'라고 주장하며 고의성을 부인해 왔다. 고의성 여부는 분식회계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만약 안진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대우조선은 분식회계의 책임을 져야 하고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산은은 대우조선 지분 49.7%를 보유한 모회사이며, 당시와 현재 대우조선의 CFO(최고재무책임자)도 산은 고위직 출신이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이 전직 경영진 수사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최근 대우조선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을 출국금지시켰다.
두 전직 CEO(최고경영자)는 회사 측에서 진정서를 낸 배임 혐의 외에 재임 당시 실적을 포장하기 위해 손실을 다음해로 이전시키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2015회계연도까지 6년간 외부감사를 맡았던 안진이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하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대우조선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회계감리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감리 결과에 따라 징계 수위가 결정된다. 안진이 올 3월 재무제표 수정을 권고하기 전에 대우조선의 부실회계 징후를 감지하고도 '의견거절' 또는 '부적정' 등 의견을 내지 않았다면 안진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있다.
[박용범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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