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과학기술전략회의] 朴 “정부출연硏, 애매한 연구결과만 양산”…고강도 질타
입력 2016-05-12 16:44  | 수정 2016-05-13 17:08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제1차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작심한 듯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을 강력히 질타했다. 출연연에 대한 현직 대통령의 직접적인 비판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국가 R&D(연구·개발) 시스템을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는 박 대통령 의지가 아주 강하다는 의미라고 청와대 한 참모는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언제부터인가 원천성도 부족하고 상용화도 안되는 애매한 연구결과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출연연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통령은 출연연의 역할을 새롭게 자리매김시킬 필요가 있다”며 출연연은 50년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설립 이후 자동차·조선·화학·전자를 비롯해 우리 주력산업의 기반기술을 개발해 온 소중한 자산이지만 지금처럼 백화점식 연구만 할게 아니라 10년 이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원천연구와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응용연구에 매진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연구원들의 인건비 확보를 위해서 불필요한 과제들을 양산하는 현상도 있다”며 거듭 출연연을 꼬집은 뒤 정부 과제 수주에 시간을 쏟기보다는 원천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을 잘 아는 기업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기관 미션에 맞는 핵심 분야를 선정하고 기관장 임기와 상관없이 중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연구개발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출연연에 대해 강도높은 지적을 내놓은 것은 과거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노동·자본 투입 중심의 추격형 경제 전략이 세계 경제위기, 신흥국의 부상 등으로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때문에 정부 주도의 추격형 전략으로 빠르게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았던 출연연의 역할도 이제는 변화해야 할 때가 왔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그동안 출연연은 기초 보다는 응용·개발 연구에 치중해왔다. 고유임무 수행 보다는 인건비 확보를 위한 과제수주에 열을 올렸고 원천성도 부족하고 상용화도 안되는 연구결과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출연연들이 기관별 특성에 따라 10년 후 시장에서 필요한 원천기술 성과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출연연이 활용할 수 있는 출연금은 기관별 핵심 기술 분야에 70% 이상 투자하고 과제수주 건수가 아닌 연구성과에 따른 평가·보상체계를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 개선에도 나서기로 했다.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출연연이 이같은 지적을 받는 것은 출연연들의 보신주의와 무사안일주의, 그리고 이를 초래한 정부를 비롯한 공무원들의 지나친 간섭 등이 결합된 결과이다. 공무원은 연구보다는 ‘보고서 제출과 단기성과를 더 강조하고, 연구원들은 밥그릇을 유지하기 위해 이에 따르다보니 장기적인 연구성과를 내지 못하는 ‘R&D 무능‘을 가져온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불필요한 정부간섭과 행정부담을 대폭 줄여 연구몰입 환경을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100쪽이 넘는 불필요한 연구계획서 작성 부담을 5쪽 이내로 줄이고 연구행정인력을 늘려 연구관리 인력을 확충해 나가 연구자의 불필요한 행정부담을 경감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양성광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은 대학에도 교수가 학생연구원의 인건비 확보 등에 신경쓰지 않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학생인건비 통합관리제도를 개선하는 등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줄 것”이라며 다만 자율성 확대에 따른 책임성 강화를 위해 부정행위 발생시 삼진아웃제 실시, 비리발생시 관련 기관에 대한 재정지원 축소 등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R&D 효율화를 위해 모든 정부 R&D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R&D 예산의 15%를 구조조정한 뒤 절감된 재원을 미래선도 분야에 재투자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각 부처는 R&D 예산 요구 전 자체 투자 우선순위가 떨어지거나 성과 부진사업 등에 대해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연구비의 10%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절감된 재원은 신설되는 ‘국가전략 프로젝트 등에 과감하게 투자된다. 국가전략 프로젝트는 국정철학을 반영한 전략분야에 신속한 투자방식으로 집중 지원하는 전략이다.
양 비서관은 기존 예비타당성 조사 등의 제약으로 R&D가 적기에 추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예비타당성 조사의 기간을 대폭 줄여 민관이 함께 역할을 분담해 R&D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가전략프로젝트 과제는 8월께 열리는 2회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결정된다.
[남기현 기자 /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