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딸 그리던 노숙 어머니, 마침내…
입력 2016-05-12 14:06  | 수정 2016-05-12 14:07

시댁인 미국에서 친딸과 생이별하고 귀국, 한국에서 10년간 노숙 생활을 한 어머니가 시민의 온정으로 딸을 만나게 됐습니다.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는 지난 11일 여성 노숙인 김모(61)씨가 미국에 있는 딸을 만나기 위해 출국했다고 12일 밝혔습니다.

김씨는 30여 년 전 의정부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던 미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 바로 미국으로 건너갔고 이후 딸(현재 28세)도 낳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남편의 폭력과 시댁의 구박은 견디기 힘들 정도였고 김씨는 결국 2006년 집을 나와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의정부에 있던 친정으로 도망쳤습니다. 이후 딸과 연락도 끊겼습니다.


설상가상 귀국 직후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머물 곳을 잃은 김씨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식당 등 일을 했지만 임금을 떼이기 일쑤였고 몇몇 복지 시설에 들어가긴 했지만 오래 지내지 못했습니다.

딸을 보고 싶은 마음에 다시 미국에 가기도 했지만 남편이 접근금지 신청을 해 김씨는 그냥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렇게 10년, 김씨는 딸의 얼굴도 보지 못했습니다.

김씨는 사회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의정부역에서 다시 노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노숙자' 김씨를 도우며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센터 측은 미 대사관을 통해 딸을 수소문했고 마침내 최근 뉴욕에 있는 딸과 연락에 성공했습니다.

딸 역시 미국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어머니를 모시고 올 정도로 형편이 넉넉지 못했습니다.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에 지원센터 직원들은 김씨가 미국으로 갈 항공료와 여비 등 200만 원을 목표로 온라인 모금을 진행했고, 의정부시도 바자회를 통해 여비를 마련했습니다.

김씨의 출국에 앞서 센터는 세상과 스스로 단절하고 마음의 병을 앓던 김씨가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또, 미 대사관과 출국 절차를 진행하며 김씨가 미국에서 딸과 무사히 만나고 미국내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했습니다.

의정부시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 유인혁 센터장은 "김씨가 딸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 많은 기관과 지역 시민의 관심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출국 직전 센터직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딸을 만나 기대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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