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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연구원 세미나 "철강도 구조조정 골든타임 놓쳤다"
입력 2016-05-11 17:42  | 수정 2016-05-11 22:05
5년 뒤 국내 조선 3사의 생산시수가 현재보다 35%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생산시수란 생산현장에 투입되는 인력·근로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산시수가 하락하면 조업시간과 인력을 줄여야 한다. 조선·해운에 이어 국내 철강산업도 구조조정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채권단 주도의 선제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업 부실채권(NPL) 시장 범위를 확대하고 민간 투자자를 육성해 채권 매각을 활성화시키고 부실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조정 전문기관을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선·해운 산업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연구원이 11일 '산업구조 변화와 효율적인 기업 구조조정 체제의 모색'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 같은 의견들이 제시됐다. 이날 주제 발표를 한 오승욱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사진)는 "현재 1억5300만MH인 조선 3사의 생산시수가 5년 뒤 1억MH까지 35% 이상 떨어질 수 있다"며 "막연히 시황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던 과거의 믿음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과감한 수준의 인력조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국내 조선업 3사의 올해 수주 목표치는 모두 380억달러에 달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3사가 실제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은 150억~210억달러에 불과하다. 글로벌 예상 발주 물량인 500억~700억달러 중 30%를 수주한다는 전제하에 나온 수치다. 오승욱 파트너는 "예상치와 목표치 사이에 최대 2.5배의 갭이 생긴다"며 "3사가 각각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의 수주를 하려고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경쟁이 붙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파트너는 이어 국내 철강산업도 사실상 구조조정 시기를 놓쳤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일본이 최근 10년 동안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의 합병, 가와사키와 NKK의 합병 등 대형 철강사 합병을 통해 생산능력 최적화와 경쟁력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을 지속해 왔던 데 비해, 국내 철강업계는 각 기업들에 팽배해 있는 비효율 요소를 제거하는 노력이 지연되면서 조선, 해운에 이어 수익성이 급락하는 사실상의 산업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오 파트너는 "생산 능력을 어떻게 축소하느냐에 대한 시각, 실적 악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던 데다 철강산업에 대한 보호무역, 반덤핑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정부의 구조조정 역할 수행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김두일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유암코) 이사는 '시장주도 기업구조조정 제도의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하며 "구조조정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두일 이사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손실 확정 등에 대한 문책으로 채권 매각에 소극적인 시중은행에 대해 과감한 유인대책이 필요하고 채권이 은행 내부 충당금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에 매각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김 이사는 "현재 구조조정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실질적인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구조조정 전문인력과 관련기관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들도 산업파트별로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한 기업의 비율은 32.4%에 그쳤는데 이는 1997~2007년의 성공비율인 51.8%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구조조정 성공률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금융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가동됐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사업 구조조정보다는 재무상태 개선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결과적으로 산업 경쟁력 회복에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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