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정의 달 특집 ①]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내들…"더 이상 못 참아!"
입력 2016-05-11 17:30  | 수정 2016-05-13 17:33
[가정의 달 특집 ①]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내들/사진=MBN
그날은 가만히 있다간 정말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지난해 8월 새벽 3시경, 이모(42) 씨의 남편 유모(44) 씨는 술에 만취해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를 본 아내는 직감했습니다. 오늘도 조용한 밤이 될 순 없겠구나…”. 남편은 신발을 벗자마자 아내의 머리를 주먹으로 수차례 가격했습니다. 쓰러진 아내를 발로 밟는 등 폭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폭력 강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졌습니다.



아내는 지난 12년간 이런 남편의 폭력에도 이를 악물고 분노를 삼켜왔습니다. 하지만 이날만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의 눈동자를 본 순간, ‘이대로 있다간 죽을 것 같다는 위협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신을 폭행하던 남편의 팔을 뿌리치고 부엌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는 칼날이 시퍼렇게 선 부엌칼을 집어 들었습니다.

아내가 번뜩 정신을 차렸을 때 남편 유 씨는 이미 칼에 찔려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의 왼쪽 가슴에는 피가 번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긋지긋했던 12년간의 가정폭력은 처참한 살인으로 끝났습니다.

지난달 24일, 수원지법 형사15부는 아내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변호인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가정폭력 희생자라고 해도 생명이라는 가치를 침해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며 일관된 판결을 내렸습니다.

맞습니다. ‘생명의 가치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존귀한 것입니다. 때문에 살인의 처벌 강도는 무거워야합니다. 특히 연쇄살인이나 잔인한 수법의 계획적 살인 같은 경우는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이 씨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그간의 가정폭력을 견뎌온 그녀는 ‘방어적 폭력 또는 ‘생존 폭력으로 구별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2년 프랑스에서도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여성은 47년간 알코올중독자인 남편의 강간과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3명의 딸과 아들 역시 남편으로부터 학대를 당했습니다. 결국 아들은 목을 매 숨졌고, 아들의 죽음을 지켜본 아내는 남편의 등에 3발의 총을 쐈습니다.

당시 아내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예외적인 인간적 상황에서 가능한 빨리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사면 조치를 취했습니다.

[가정의 달 특집 ①]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내들/사진=MBN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지난달 22일 '가정폭력행위자 상담 통계'를 공개했습니다. 남편의 폭력에 맞대응한 아내의 비율은 11.1%로 지난 1999년에 비해 약 5배나 증가했습니다. 16년 전 100명 당 3명꼴이었다면 지금은 11명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아내의 폭력이 증가한 것은 어쩌면 가정폭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폭력을 견디지 못해 아내들이 분노를 터뜨리는 사건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심각해져가는 가정폭력의 현실, 우리는 과연 이런 아내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MBN 뉴스센터 신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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