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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손가락’ 노경은, 잊지 못할 마지막 불꽃
입력 2016-05-11 06:01 
노경은이 지난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보여준 역투는 대단했다. 당시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환호하는 모습.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노경은(32)의 야구시계가 멈췄다. 지난 10일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과 함께 임의 탈퇴까지. 두산 팬들에게는 ‘아픈 손가락과 같은 존재였던 노경은이었다. 기록상 노경은의 마지막 공식 등판은 지난달 21일 수원 kt전(3이닝 4실점 패). 하지만 팬들의 뇌리 속에 남은 노경은의 진짜 마지막 추억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4차전. 잊지 못할 마지막 불꽃이었다.
지난 2년 간 노경은에게는 악몽 같은 시간들이 이어졌다. 먼저 지난 2014시즌 송일수 감독 아래서 노경은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노경은에게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인 김진욱 전 감독과 정명원 코치가 떠난 상황. 직전 2년 연속 10승으로 백조가 됐던 노경은은 곧바로 사라졌다. 29경기 등판 3승 15패 평균자책점 9.03(110자책점)을 기록하고 고개를 떨군 것.
2015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시작부터 최악의 상황이 전개됐다. 노경은은 스프링 캠프에서 라이브 배팅 타구에 공을 맞고 턱 관절 골절상을 입었다. 길었던 재활 끝에 시즌 중반 복귀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불펜진에서 방화는 늘어났고 이 와중에 모친상까지 겹쳤다. 멘탈도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노경은은 야구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불꽃투를 선보였다. 바로 한국시리즈 4차전 승리를 이끈 것. 당시 시리즈 전적 2-1로 앞서고 있던 두산은 4차전 선발투수로 이현호를 내세웠다. 이현호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2회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김태형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노경은이었다.
그리고 노경은은 기대 그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3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포함해 2회부터 8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총 92구의 역투로 상대 타선을 잠재웠다. 마지막 순간 야마이코 나바로에게 큼직한 파울 홈런을 맞고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5⅔이닝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4-3 승리를 이끈 것.
이날 승리는 차우찬을 출격시킨 삼성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줬다. 한국시리즈 완승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결정적 장면이었다. 그 중심에는 부진을 씻어낸 노경은의 불꽃투가 있었다. 당시 노경은은 승리 후 나바로에 맞은 파울 홈런에 대해 처음에는 홈런인줄 알았다. 타구 끝이 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순간 하늘에서 어머니가 도와주시는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노경은은 지난 2003년 1순위 기대주로 입단해 기나긴 부진과 수술로 오랜 무명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2012년부터 2년 연속 보여준 선발로서 맹활약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하지만 2014년부터 끝 모를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탈출구가 없어 보인 막다른 골목에서 노경은은 기적을 일으켰다.
노경은은 평소 심성이 여리고 착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래서 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더 진하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노경은의 진정한 마지막 추억. 노경은의 지난 한국시리즈 역투는 잊지 못할 마지막 불꽃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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