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부동산] 27㎡ 땅 두고 강남 이웃단지 법정공방

부촌으로 유명한 강남 한복판에서 8평(27.1㎡) 땅을 놓고 이웃 단지 간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4차 아파트는 이 땅을 사용하지 못해 재건축 길이 막혔다.
문제의 땅 주인인 테헤란아이파크(옛 성보아파트) 측도 입주 2년이 지나도록 등기를 못하는 상황이다. 갈등은 2년 전에 시작됐다.
2014년 초 개나리4차는 재건축 용적률을 올리는 작업을 추진하면서 용적률을 올리려면 폭 8m 진입로를 갖춰야 했다.

선릉역에서 개나리4차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폭 7.5m에 불과했던 터여서 개나리4차 조합은 성보아파트 측에 인도로 사용되는 성보 소유 27.1㎡ 땅의 지목을 대지에서 도로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 성보아파트 조합장인 홍 모씨는 2014년 1월 이 땅의 지목 변경에 대해 합의했다.
이에 개나리4차는 같은 해 3월 도로 사용료와 도로 정비료 명목으로 성보 조합에 11억3000만원 남짓을 지급했다.
폭 8m 도로를 확보한 개나리4차는 용적률을 300%로 올리고 재건축 가구도 기존 264가구에서 499가구로 늘려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성보아파트 일부 주민이 반발하면서 일이 꼬였다.
결국 성보 재건축조합은 그해 3월 임시총회를 열어 전 조합장 홍씨를 해임하고 조합원 5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 조합장 독단으로 결정한 만큼 27.1㎡ 땅을 도로로 지목 변경하는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도로 확보가 어려워지자 개나리4차 조합은 지난해 성보 조합을 상대로 "27.1㎡ 땅을 도로로 지목 변경하는 절차를 이행하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문제의 땅 지목 변경 합의가 성보 총회 의결 없이 이뤄졌다고 소송을 기각하자 개나리4차 조합은 즉각 항소해 아직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테헤란아이파크도 재산상 피해를 입는 것은 마찬가지다. 땅 문제 등으로 등기를 하지 못한 탓에 입주민들은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시세도 주변 단지에 비해 1억원가량 낮다. 테헤란아이파크 주민 신 모씨(70)는 "집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안 나간다"며 "집을 보러 왔다가도 주택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못 받는다는 소리를 듣고는 포기하고 가버린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