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장 못따라가는 액티브펀드의 눈물…올 평균수익률 마이너스
입력 2016-05-05 17:58 
펀드매니저 A씨는 지난달 본인이 운용하는 펀드에 가입한 고객에게 항의 전화를 받았다. 마이너스로 떨어진 수익률 개선이 어렵다면 차라리 펀드를 환매하고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생각이니 액티브 펀드 전망을 솔직히 밝혀 달라는 요구였다.
이처럼 주식시장을 주도하며 '스타' 탄생의 산실이었던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에게 최근 예전과 같은 영광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매니저의 운용 역량에 따라 성과가 좌우되는 액티브 펀드가 시장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그들의 자리는 점차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 앤드루 페인버그가 "시장을 이기려고 계속 시도했고 최근 계속된 실패가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며 업계를 떠난 일화와 유사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이다.
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가 올해 1~4월 국내 액티브 펀드 운용사(설정액 200억원 이상) 41곳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1.67%를 넘어선 회사는 단 4곳에 불과했다. 전체 운용사들의 액티브 펀드 평균 수익률은 -0.93%로 매우 저조했다. 베어링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이 각각 3.57%, 3.09%로 가장 우수한 흐름을 보였고, KB자산운용(2.09%)과 현대자산운용(1.69%)도 시장 수익률을 상회(아웃퍼폼)했다.
하지만 이는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와 비교할 때 그 심각성이 도드라져 보인다. 인덱스 펀드 설정액이 200억원 이상인 운용사 21곳을 분석한 결과 20곳이 아웃퍼폼했다. 인덱스 펀드 운용사들의 전체 평균 수익률도 2.21%로 양호한 편이다.

공모펀드 분야에 국한된 위기로 보이지만 소위 '한국형 헤지펀드'로 불리는 사모 시장도 다소 상황이 나을 뿐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곳 역시 과거 명성을 날렸던 펀드매니저들이 위기에 빠져 있는 틈을 새로운 젊은 매니저들이 메우고 있다. DS자산운용의 '디에스 秀'와 라임자산운용의 '라임모히토'는 4월 말 기준 올해 수익률이 각각 11.72%, 9.90%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브레인자산운용 등 전통 강자들은 -10%대 수익률로 부진하다.
이런 성적표를 받아 든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부진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 펀드매니저 B씨는 "최근 2~3년 좋지 않아 계속 비중을 줄였던 철강 등 경기 민감주가 갑자기 올해 부상하면서 수익률 악화로 이어졌다"며 "예상치 못했던 '패자들의 귀환'에 당했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에 A씨 역시 공감은 하면서 "큰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지 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액티브 매니저들을 더 뼈아프게 하는 것은 최근 투자전략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향후 패시브 투자 비중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이런 분위기가 국내 기관투자가 전반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펀드매니저 C씨는 "최근 몇몇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오히려 '+α'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액티브 전략을 요구했다"며 "글로벌 증시가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인덱스를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수익률 제고에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해서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액티브 펀드 운용사로서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면서도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펀드매니저들 책임도 크다"고 평가했다.
이런 현상은 곧바로 돈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4월 말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 2조1875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펀드 규모가 늘어난 곳은 맥쿼리투신운용(482억원) 라자드코리아(224억원) 등 7개 운용사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C씨는 "유행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수시로 바꾸거나 신규 상품을 마구 출시하는 관행 대신 운용사별 특색을 구축하는 기회로 삼아야 액티브 펀드 시장이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액티브 펀드 :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인 운용전략을 펴는 펀드. 인덱스 펀드는 코스피200 등 목표 주가지수와 동일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운용하는 펀드로 '패시브 펀드'로도 불린다.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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