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유인원·인간의 운명 가른 건 기초대사율 차이
입력 2016-05-05 02:02  | 수정 2016-05-05 11:05
암컷 오랑우탄의 모습. 오랑우탄은 영장류중에서 가장 적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사진 = 네이처>

영장류와 다른 인간만의 특징으로는 큰 두뇌를 꼽을 수 있다. 최근 미국 연구팀은 인간이 유인원과 달리 큰 두뇌로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높은 기초대사율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헌터대 인류학과 헤르만 폰처 교수 연구팀은 141명의 사람들과 56마리의 유인원(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을 대상으로을 대상으로 하루에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지를 측정했다. 유인원들의 경우 걷거나 나무를 오르는 등 실제 움직임을 토대로 총에너지소비량을 계산했다. 총에너지소비량은 기초대사율, 식이열발생(소화, 흡수, 운반 및 식품 대사에 필요한 에너지), 신체활동 시 소비되는 에너지의 합이다.
그 결과 인간의 하루 총에너지소비량(TEE)은 침팬지·보노보보다 400㎉, 고릴라보다 635㎉, 오랑우탄보다 820㎉ 더 많았다. 폰처 교수는 인간의 경우 체내에 에너지를 더 많이 축적할 수 있었기에 대사활동이 더 활발히 일어나고 그 결과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냈는데 이게 두뇌발달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5일 네이처에 게재됐다.
인간이 영장류보다 장수하고 아이를 더 많이 낳을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진화의 결과물인 셈이다. 기초대사율 차이는 체지방률에서도 드러난다. 연구팀의 조사결과 인간의 경우 남성은 체지방률이 22.9%, 여성은 41.1%였다. 평균 10%대를 기록한 고릴라나, 침팬지 등 유인원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즉 유인원보다 체내에 지방을 많이 쌓아둘 수 있도록 진화한 덕분에 기초대사율이 높아졌고 여기서 만들어진 추가 에너지가 두뇌발달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남녀 간 체지방률 차이는 ‘푸드 셰어링(음식을 나누는 것) 때문이다.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새롭게 생긴 특징 중 하나는 몸에 털이 없어진 것이다. 유인원의 경우 새끼가 어미의 털을 붙잡고 매달려 있을 수 있지만 인간의 경우는 어머니가 자식을 팔로 안아줘야 한다. 손을 쓰는데 제약이 생겨 사냥·채집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누군가가 음식을 가져다줘야한다. 음식을 가져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야하기에 육아를 담당한 여성의 경우 체지방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허재원 선임연구원은 제지방체중(FFM. 체중으로부터 체지방량을 제외한 값)이 제한된 상태에서 인간은 두뇌가 커진 인간은 근육을 포기했다는 이론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 이론을 깨는 새로운 접근방식”이라고 말했다.
허 선임연구원은 제지방체중(FFM. 체중으로부터 체지방량을 제외한 값)이 고정된 가운데 뇌 발달을 위해 근육발달 등에 쓰일 에너지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유인원이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체지방을 몸에 많이 저장할 수 있는 구조로 변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연구팀은 비만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며 연구팀의 이론을 따르면 인간은 유인원에서 진화하기 위해 몸에 체지방을 저장하는 쪽을 선택했기에 이를 좀 더 잘 이해한다면 비만·대사질환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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