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울산 반구대암각화 물막이, 누수결함에 결국 ‘없던 일로’
입력 2016-05-03 15:11 
정부가 울산 반구대 암각화 전면에 설치키로 한 카이네틱 댐(Kinetic Dam) 가상도. 수위 변화에 따라 높이 조절이 가능한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투명막으로 만든 댐이다.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댐)을 설치해 잦은 침수로 훼손되고 있는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는 방안이 사실상 실패했다. 물막이 설치를 위한 모형 실험에만 30억원 가까운 예산을 썼으나 결국 헛돈을 쓴 셈이 됐다.
울산시는 가변형 임시 물막이 설치를 위한 실험을 한 결과 누수가 잇따라 발생해 물막이 설치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고 3일 밝혔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문화재위원회가 물막이 설치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면 생태제방 설치 등 다른 보존 방안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가변형 임시 물막이 실험을 수행한 포스코에이앤씨건축사사무소는 누수 때문에 실험이 실패하자 지난 달 27일 사전 협의 없이 실험 시설물을 해체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울산시는 무단 해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3년 수위에 따라 높이가 조절되는 투명막을 이어 붙여 만드는 가변형 임시 물막이가 세계 최초 공법으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으나 토목 전문가들은 설계상 누수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이 방안을 제안한 건축사 A씨의 말만 믿고 설치를 강행했다. 전체 사업비는 104억원으로 지난 3년간 기초 조사비(6억3000만원)와 설계비(7억7000만원) 등 명목으로 28억원을 썼다. 설치가 중단되면 실험 모형 해체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조홍제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설계상 도저히 성립할 수 없는 공법이었다. 문화재청이 검증이 안되는 공법을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추진하다 결국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에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기록돼 있는 문화 유산으로 고래, 거북이, 사슴, 호랑이 등 동물을 묘사한 그림과 작살로 고래를 잡는 모습 등 300여점의 그림이 돌 위에 새겨져 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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