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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아가씨`, 박찬욱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대감↑
입력 2016-05-02 12:47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박찬욱 감독의 신작, 김민희-하정우-조진웅의 연기 대결, 1500대 1을 경쟁률을 뚫은 신예 김태리, 전 세계 20편만 초청되는 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오는 6월 개봉하는 한국영화 '아가씨'가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들이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한 호텔에서 '아가씨'가 제작보고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의 캐릭터 영상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아가씨'의 기대감을 높였다.
'올드보이' '박쥐'에 이어 세 번째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쾌거를 이룬 박찬욱 감독은 이날 "칸 같은 영화제는 찜찜하고 모호하며 뭔가 남아있는 걸 좋아하는데 우리 영화는 해피엔딩이고 모호한 구석 없는 후련한 영화"라며 "아기자기한 영화이고 예술영화들이 모이는 영화제에 어울릴까에 대해 의문이 들 정도로 명쾌한 영화다. 경쟁 부문에 초청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운 좋게 가게 됐다.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스토커'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박 감독은 "'핑거스미스' 원작 소설을 읽고 반했다. 캐릭터들이 정말 생생했고, 놀랍고 충격적인 반전이 있었다"며 "'아가씨'는 내가 만든 영화 중 제일 대사가 많은데 주인공이 넷이니 그만큼 시간도 길다. 하지만 굉장히 아기자기한 영화로 깨알 같은 잔재미가 가득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화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193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변경했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 계금 사회와 자본주의, 전통과 근대가 공존하는 시대의 과도기적 이미지를 적절하게 섞었다.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섬세한 미장센을 보인 박 감독의 천 시대극이라 관심이 높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주목받게 된 김민희와 신예 김태리의 호흡도 눈길을 끈다. 아름다움 속에 사연을 감춘 아가씨 김민희는 모두의 욕망 대상이 되어 곧 깨질 듯 위태로워 보이지만, 속내와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투박하고 당돌한 성격의 하녀 김태리는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분리되어 보호받는 아가씨와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날 것의 생생한 매력을 발산한다.
김민희는 "시대극이 처음이었는데 흥미로웠다"며 "미술과 분장 등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있어 즐겼다. 영상을 보니 더 좋은 것 같다. 보는 재미가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태리는 "영화가 처음이니 모르는 게 있으면 감독님께 즉각적으로 물어봤다. 대화를 하고 함께 아이디어 내는 걸 좋아하셔서 감사하다"며 "오디션 보다가 마지막에 감독님이 '나는 너로 정했다'고 하셨다. 촬영이 힘들 때, 마음에 부담이 갈 때마다 그 말이 나를 지탱하게 한 것 같다. 사실 그 말을 듣고 혼자 카페 가서 시나리오를 한 번 더 읽었다. 벅차고 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보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고 좋아했다.
박 감독은 "순간적인 영감을 주는 배우를 만나면 느껴지는 게 있다. 본능적인 직감에 의한 선택"이라며 "김태리 배우의 연기는 누구나 할 것 같은 접근 방식이 아니라 자기만의 독특함이 있었다. 주눅이 들지도 않고 할 말을 다 했다. 큰 배우들과 만나 자기 몫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고 김태리를 발탁한 이유를 전했다.
사기꾼 백작 캐릭터를 소화한 하정우는 "백작이 긍정적인 매력으로 보일지 의문"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외골수적이고 히스테릭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18kg을 감량하고 노인 분장을 감행한 조진웅은 "나도 살을 많이 뺐는데 하정우씨도 많이 뺐다"고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이에 하정우는 "여배우는 체중 감량을 신경 쓰지 않고 우리가 도리어 '살을 더 빼야 하지 않나?', '주름이 더 펴져야 하지 않나?'라는 말을 했다. 그러니 감독님이 '조진웅 선배와 내가 더 아가씨 같다'는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고 해 현장을 웃겼다.
네 배우 모두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으로 레드카펫을 밟는 건 처음이다. 조진웅은 "칸은 영화인들의 꿈인 곳이지 않나. 이번에 여유롭게 영화제를 즐겨볼 것"이라고 했고, 김태리는 "모든 게 처음이라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했으며, 김민희는 "저도 처음 가보는 칸 영화제다. 많이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하정우는 "이번에도 운 좋게 칸을 가게 됐다"며 "과거 '용서받지 못한 자'는 오전에 스크리닝해서 너무 썰렁했다. 생각보다 편했다. 이목 집중도 안 받고, 우리끼리 기념사진 찍었다"고 말해 현장을 웃겼다. 이어 "'추격자' 때도 미드나잇 스크린 부문이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 늦은 새벽이었다. 사람이 별로 없었고, 취객을 봤다"며 "역시나 그때도 부담감, 긴장감 없이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기대된다. 처음 경험하는 레드카펫 분위기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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