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주요작품 살펴보니
입력 2016-05-01 20:26 
사진=연합뉴스
다양성과 독립성을 최대의 가치로 여기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올해 유독 다큐멘터리 작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박은민 전주영화제 홍보미디어팀장은 1일 "개막 전부터 일부 다큐멘터리 영화의 관람권이 매진됐고, 상영 후에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주영화제는 올해부터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와 '한국경쟁' 상영작 가운데 장편 다큐멘터리를 한 작품 선정해 '다큐멘터리상'(상금 1천만원)을 주기로 하면서 분위기를 돋우었습니다.



◇ 언론인 연출, 저널리즘 소재 작품에 뜨거운 관심

특히, 언론인이 연출했거나 저널리즘을 소재로 한 작품의 인기가 많습니다.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자백'은 MBC에서 해직된 언론인이자 독립언론 뉴스타파 최승호 앵커 겸 피디의 연출작입니다.

최 피디는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 2010년 '검사와 스폰서', 2011년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등의 사건을 취재하며 피디 저널리즘의 한 획을 그은 인물입니다.

'자백'은 카메라가 사건을 기록하는데 머물지 않고 사건의 이면에 있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맥락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BS에서 '지식채널'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스타 피디였던 김진혁 한예종 교수가 연출한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이명박 정권 초기에 해직된 언론인들의 삶을 다룹니다.

이들은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옅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언론인으로 살아갈 길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합니다.

저항이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무뎌지고, 권력은 강고해지는 흐름 속에서 언론인의 길을 지키는 고단한 여정은 쓰디쓴 감동을 줍니다.

언론인이 연출한 이 두 작품은 개막 전 이미 관람권이 매진됐다고 전주영화제 측은 밝혔습니다.

정희도·이세영 감독이 공동연출한 '벌레의 눈물'은 영국 웨일스 출신의 베트남전 종군 사진기자 필립 존스 그리피스의 삶을 다룬 포토 에세이 다큐멘터리입니다.

국민 배우 안성기가 영화 인생 처음으로 독립 다큐멘터리에 내레이션 재능기부를 했다. 안성기가 정지영 감독의 '하얀 전쟁'에 출연한 이후 25년 만에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에 출연한 점도 재미있습니다.

◇ 다채로운 출품작 면면…촬영·제작기간 길어져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된 다큐멘터리 작품의 경향은 영화적 소재와 형태가 다양해지고, 촬영·제작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입니다.

윤재호 감독의 '마담B'는 올해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첫 상영 전부터 평단과 관객의 관심을 받으며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중국에서 탈북자 브로커로 일하는 탈북자 출신 중년 여성의 삶을 3년 동안 담담히 따라갑니다.

제주 해녀의 삶을 7년 동안 기록한 '물숨'도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제주에서 해녀들은 지난 200년간 산소통 없이 맨몸으로 잠수해 10∼20m 수중에서 해산물을 잡으며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해녀들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하루 7∼8시간 물질을 합니다.

고희영 감독은 오랜 기간에 걸쳐 해녀들의 다양한 삶을 육지와 바다를 넘나들며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올드 데이즈'는 국외에 한국영화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린 '올드보이'(2003)의 블루레이에 수록하기 위해 기획·제작된 다큐멘터리입니다.

'올드보이'의 연출, 연기, 촬영, 조명, 프로덕션 디자인 등 제작의 전 과정을 훑어가면서 걸작이 탄생하기까지의 뒷이야기를 조명하는 이 작품은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흥미롭습니다.

자신의 비전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 감독의 예술적 자의식, 제작 조건들, 다양한 스태프들의 지향이 충돌하면서 나타나는 영화의 신비를 제대로 보여준다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4년간의 촬영 기간을 가진 '걸그룹 NMB48'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영화는 일본 아이돌 걸그룹 48명 멤버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벌어지는 잔혹하고도 비정상적인 시스템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고발합니다.

김영진 전주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영화제에 출품된 다큐멘터리 작품들의 질적 수준이 이전보다 월등히 높아졌다"면서 "기본적으로 촬영·제작 기간을 길게 가져가며 오랫동안 공을 들인 작품이 많았다"고 평가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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