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STX조선 법정관리땐 선수금 환급보증액 1조2천억 `폭탄`
입력 2016-05-01 17:31 

정부가 채권단 공동 관리를 받고 있는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을 예고한 가운데, STX조선 채권단이 선주들에게 추가로 물어줘야 할 선수금 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규모가 1조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조선해양에 대해서도 금융권이 1조원의 선수금 환급보증을 해준 상태여서 충격이 예상된다.
1일 조선업계와 채권단에 따르면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갈 경우 채권단이 선주에게 1조2000억원의 선수금 환급보증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주는 선박을 주문할 때 선수금을 지급하면서 선박이 계약대로 인도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은행이나 보험사에 보험을 들어놓는 데 선박 인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선수금 지급을 요청할 수 있다.

채권단에 따르면 STX조선이 자율협약 상태일 때에는 문제가 없으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부도로 처리해 선주가 선수금 환급을 곧바로 요청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STX조선 채권단이 부담해야할 손실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13년 4월 STX조선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개시 이래 채권단은 4조원을 쏟아부었고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선수금환급 보증으로 1조 2000억원을 추가하면 STX조선에만 5조 7000억원을 부담하게 된다. 성동해양조선에 투입된 채권단 지원액(2조 5000억원)을 포함하면 두 회사 부실로 채권단이 8조 2000억원의 부담을 지게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STX조선에 대한 실사가 마무리되는대로 오는 9월께 법정관리를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채권단은 성동조선해양의 연내 경영정상화가 무산되면 성동조선을 대형 조선소의 블록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채권단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법정관리행을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 3년여간 자율협약 상태에서 기울인 회생 노력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채권단 여신 중 일부는 이미 채권단 부실(고정이하여신)로 반영돼 있지만 법정관리 돌입시 선수금환급 보증에 따른 금융권 추가 부실이 불가피하다. 채권단과 회사 측은 선박건조를 최대한 마무리해 선수금환급 보증 규모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추가 손실은 피할 수 없다. NICE신용평가는 대우조선해양을 비롯, 조선업계에서 추가적인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은행권이 대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적자 은행이 증가하고 은행업계 전체적으로 적자전환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손실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성동조선해양은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 지원결의액 2조 7500억원 중 2조 5000억원이 소진됐다. 채권단이 선수금환급보증 규모는 1조원 가량이다. 성동조선이 블록공장으로 회생이 어려울 경우 추가 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른바 ‘선별적 양적완화 이슈를 촉발한 조선업의 부실이 이처럼 장기화한 것은 중소형 조선사 통합 등 선제적인 사업재편이 지연된 데 따른 영향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 역시 수주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대대적인 조선사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한국의 대표 산업인 조선업이 이런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저가수주·업황 전망 실패 ▲정부의 구조조정 결단 지연 ▲채권단의 무사안일주의 등이 3대 원인으로 꼽힌다. 신종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이제 조선업 구조조정은 사업 매각, 인력 구조조정 등 물리적인 구조조정보다 공동 R&D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화학적인 결합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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