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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나갔던’ 오재원, “힘들었던 하루, 약이 됐다”
입력 2016-05-01 06:01 
두산 내야수 오재원이 하루 전날 멀티 실책의 악몽을 씻는 활약을 펼쳤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김근한 기자]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순간이었다. 두산 내야수 오재원(30)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멘탈이 나갔을 정도다. 하지만 역전에서 영웅은 한순간. 계속 실책의 순간이 떠올랐지만 최대한 잊고 끈질기고 집요하게 경기에 임했다. KIA 선발투수 지크 스프루일을 제대로 괴롭힌 오재원의 하루였다.
오재원은 지난 29일 광주 KIA전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특히 이날 팀 선발투수 마이클 보우덴을 향해서는 더욱 더. 보우덴은 KBO리그 데뷔 연승 타이기록(5연승‧메릴 켈리)에 도전했다. 개막 후 깔끔한 투구 내용으로 4연승을 달리고 있었던 보우덴이었기에 기세는 좋았다.
하지만 말을 듣지 않은 오재원의 글러브가 ‘새드 엔딩을 예고하고 있었다. 오재원은 1-0으로 앞선 2회 무사 1루에서 서동욱의 평범한 2루 땅볼을 놓치는 실책을 범했다. 병살타로 주자 없는 2아웃이었어야 할 상황은 순식간에 무사 1,2루가 됐다. 흔들린 보우덴은 볼넷을 내준 뒤 무사 만루에서 희생 뜬공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5회도 마찬가지였다. 2회와 똑같은 장면이 그대로 연출됐다. 오재원을 1-1로 맞선 5회 1사 1루에서 김원섭의 2루 땅볼을 또 놓쳤다. 병살타성 타구였지만 오재원의 두 번째 실책에 위기는 이어졌다. 결국 오재원의 실책은 브렛 필의 역전 적시타와 이어진 나지완의 희생 뜬공이라는 결과를 불렀다. 이범호의 적시 2루타까지 나오면서 스코어는 1-4까지 벌어졌다.
보우덴의 데뷔 후 5연승 달성은 물거품이 됐고 팀은 패배를 맛봤다. 오재원의 멘탈은 이미 흔들릴 대로 흔들린 상태였다. 오재원은 지난 30일 경기 후 멘탈이 완전히 나갔다. 몸도 안 움직이고 그날따라 시간도 안 가더라. 정말 힘든 하루였다”며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이대로 고개를 숙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오재원은 당연히 (실책한 순간들이) 생각났지만 최대한 잊고 오늘은 재밌고 즐겁게 임하려고 했다. 오히려 어제 말아먹었던 게 오늘 경기에서 약이 됐다”고 털어놨다. 오재원의 말대로 다음날 경기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수비에서도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였던 오재원은 상대 선발인 지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오재원은 지크와의 첫 대결에서 내야안타를 기록한 뒤 두 번째 타석에서도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얻었다. 오재원의 볼넷은 허경민의 역전 적시 2루타의 밑거름이 됐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5회. 오재원은 3-2로 앞선 5회 지크와 14구 접전 끝에 가운데로 몰린 146km 빠른 공을 통타해 우측 담장을 넘겼다. 8번 연속 파울을 기록했을 정도로 집요했다.

오재원은 지크의 구위가 워낙 좋았다. 계속 커트를 하면서 버텼다. 그동안 장타를 의식해 타격 밸런스가 좋지 않았는데 이번 홈런은 운 좋게 타이밍이 잘 맞아서 나왔다”며 홈런 당시 순간을 설명했다.
지난해 ‘주장을 맡아 책임감이 많았던 오재원은 올 시즌 김재호에게 주장 완장을 넘겼다. 하지만 최대한 후배들을 도와주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재원은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베테랑이라는 위치에 대해 많이 배려해주신다. 나도 그에 대해 보답을 해드려야 한다. 현 주장을 뒤에서 도우면서 후배들이 재밌게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았기에 매 경기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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