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진해운 채권 `헤어컷` 불가피…투자신중을
입력 2016-04-26 17:33  | 수정 2016-04-26 19:51
자율협약 신청 소식에 급락했던 한진해운 주가와 채권값이 "현대상선과 합병시킬 계획이 없다"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발언 덕분에 일제히 반등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한진그룹 측에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채권 원리금 중 상당액을 못 돌려받거나(헤어컷) 주식 무상감자를 당할 수 있어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해운 78과 76-2 회사채 가격은 각각 전일 대비 6.9%와 4.5% 오른 4488원과 4315원에 거래됐다. 액면가 1만원에 비해서는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투기적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전날 하한가까지 추락했던 한진해운 주가도 이날 장중 한때 12% 급등하다 차익 매물에 결국 4.1% 반등한 1900원으로 마감했다. 치열한 매매 공방으로 이날 하루 동안 상장 주식의 18%인 4308만주가 거래돼 거래량이 전날 대비 2.5배로 급증했다. 최근 낙폭이 컸던 데다 선박펀드 지원과 해운동맹체(얼라이언스) 잔류 지원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논의 중이라는 점이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진해운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최근 가격이 급락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채와 주식을 추가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해 금융감독원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공모회사채 판매 현황 파악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과 기관의 투자 규모를 파악해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 회사채는 가격 반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증권사 창구에는 "한진해운 회사채를 반값에라도 던져야 하느냐"는 개인투자자들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8000원 이상에서 거래됐던 회사채 가격이 단 며칠 새 4000원대로 급전직하했기 때문이다. 이날 증권사 지점을 찾은 한 투자자는 "연 이자를 3~4%포인트 더 준다는 얘기에 한진해운 회사채를 샀는데 이자는커녕 원금 일부까지 떼일 처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발행한 회사채는 1조1629억원으로 이 가운데 7419억원이 사모 회사채, 4210억원이 공모 회사채다. 사모 회사채 상당 부분은 회사채 신속인수제 일환으로 발행됐고, 나머지 공모 회사채는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718억원어치 전환사채(CB)와 358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남아 있다.
STX 동양 등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회사채 가운데 50%는 출자전환, 나머지는 채권 만기유예 및 금리 인하로 채무재조정이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동양은 55%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채권은 회사에서 10년간 분할상환하는 구조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법정관리 직전 싼값에 동양이나 웅진 회사채를 사들여 큰 이익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한진해운 회사채 투자는 다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진해운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로 가면 채권 변제율이 10%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주식 투자자들 피해도 막심했다. 한진해운이 지난달 제출한 201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진해운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41.49%로 5만3695명의 주주가 1억176만1527주를 나눠 들고 있다. 소액주주 지분율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가정하면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진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4거래일 동안 소액주주들이 주가 하락으로 입은 손실은 총 1587억원에 달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한진해운 주가의 향후 전망이 어떤지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신규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은 공통적이다. 향후 채무 재조정 과정에서 무상감자를 실시할 가능성이 유력한데, 현재로선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차등감자 비율 등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감자는 채권단이 정상화 방안을 정리하면서 논의될 사안"이라며 "주주별 감자 비율과 자사주 무상 소각 여부 등은 그때 가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 기자 / 최재원 기자 /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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