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영·미계 IB 떠난자리 중국계가 메운다
입력 2016-04-22 17:15 
중국은행 초상증권 등 중국 대형은행과 증권사들이 최근 잇달아 국내 금융당국에 파생상품 영업을 위한 인가를 신청했다. 지금도 중국 금융회사들이 한국에서 예금 대출 외환 등 은행업·보험업에 진출해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장내파생상품(선물)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연초 바클레이스 서울지점이 한국에서 철수하고 골드만삭스가 은행 업무를 중단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한국에 먼저 진출한 미국과 유럽계 투자은행(IB)들은 경험해본 결과 한국 시장에서 먹을 것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반면 해외 진출 초기 단계인 중국계 IB들은 한국을 '가성비' 높은 테스트 베드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은행 서울지점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장내파생상품 투자매매업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서류를 검토하는 단계로 이르면 다음달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정례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돼 인가 여부가 결론 날 예정이다.
중국은행은 총 자산 2790조원으로 공상·건설·농업은행에 이어 중국 4위 대형 은행이다. 중국은행이 장내파생상품 매매 인가를 신청한 목적은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위안화선물 관련 시장조성자(유동성 공급) 역할을 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위안화선물은 현재 미래에셋대우증권 대신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 3곳이 유동성 공급을 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수요가 많지 않아 유동성 공급이 부족하고 거래도 거의 안 되는 상황이다. 중국은행 서울지점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목적으로 중국 운용사들이 만든 일대일로 역외펀드를 한국에서 판매하기 위해 집합투자증권(펀드) 매매 및 중개업 인가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 5위 대형 증권사인 초상증권도 지난 2월 말 금융위에 해외 증권 및 장내파생상품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또 사무소에서 법인으로 격상해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중국 본토 증권사가 현지법인 형태로 국내 시장에 발을 내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초상증권은 해외 파생상품을 한국 기관에 중개하는 사업을 할 계획이다.
중국계 금융회사들의 은행·보험업 추가 진출도 줄을 잇고 있다. 총 자산 552조원으로 중국 12위인 광대은행은 지난 20일 서울지점 개소식을 열고 예금·대출, 채권투자, 위안화 송수신 등 업무에 들어갔다. 중국계 은행 중 6번째 한국 진출이다. 중국 안방보험은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한 데 이어 이달 초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까지 인수하면서 국내 금융사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이 이제 막 본격화하는 단계에서 한국 시장 진출이 앞으로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금융회사로선 중국 내 금융산업이 팽창하는 과정에서 투자를 다변화해야 하는데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금융시장을 훌륭한 대안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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