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과 울산, 거제를 잇는 동남권 공업벨트가 위기 국면에 진입하고 있지만 맞았지만 진짜 심각한 상황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올 하반기가 되면 기업 줄도산, 이에 따른 대규모 실직사태 등 고통스러운 산업구조조정은 본격화될 것이라는 공포다. 조선·해양플랜트가 밀집한 거제와 울산 지역에서 시작된 불황 여파가 연관산업인 철강도시인 포항을 강타하고, 그 여진이 2차, 3차 협력업체들이 밀집한 부산과 창원, 경남, 전남까지 연쇄 충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우조선해양노조와 삼성중공업 노조는 최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신규수주 물량이 없어 오는 6월부터 2만500여 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서 일하는 8만명 가운데 5만5000여명이 협력사 직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한 해양플랜트 18기 중 9기를,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24기 중 5기를 올해 상반기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추가 수주가 없을 경우 대규모 직원 감축이 불가피하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경기가 어렵다보니 작업 단가 등이 지난해 부터 10% 이상 떨어져 협력사 수익성이 악화돼 문을 닫거나 회사를 헐값에 매각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최근 3년간 중소 조선소가 있는 거제 인근의 통영 고성에서는 6000여 명이 실직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는 진해STX에서 구조조정 당한 인력들이 거제와 울산에 임시직으로 상당히 흡수됐지만 하반기부터는 이들이 더이상 갈데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현우 대우조선 노조 정책실장은 배 한 척 만드는데 원청 직원과 협력사 직원 비율이 3대 7로 투입된다”며 결국 수익성 문제가 대두되면 사외협력사 직원들부터 대거 실직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올3월까지 양대 조선소 협력사 45곳이 폐업했고 울산에서는 20여개의 협력사가 문을 닫았지만 향후 기업 파산이나 회생 건수는 계속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의 경우 2011년 파산회생 건수는 33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3건으로 늘었고, 경남도 같은 기간 129건에서 176건으로 증가했다.
부산과 창원 등지 조선기자재 업체의 어려움은 거제와 내륙을 잇는 거가대로 화물차 통행량은 2014년 63만1705대에서 2015년 62만9345대로 줄었다. 부산의 한 조선기자재 업체 대표는 2~3년전 수주 물량이 내년 상반기에는 대부분 떨어져 선박 수주가 이어지지 않으면 업체들의 연쇄부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포항지역 대형 철강업체들도 구조조정에 고삐를 죄고 있다. 포스코는 저수익 계열사와 비철강 부문 계열사 중 적자가 심하고 향후 비전이 없는 계열사들을 매각 또는 청산할 방침이다. 현대제철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철근사업 부문을 축소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포항철강공단 근로자는 지난 1월 기준 1만516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0여명이 줄어드는 등 구조조정은 시작된 상태다.
실물경제도 크게 위축됐다. 포항지역의 일반음식점은 지난해 391곳이 폐업했다.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세금체납은 물론 전기료 요금 연체건수도 늘고 있다.
조형제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기반은 동남권 주요 도시에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 긴밀하게 연계돼 몰려 있다”며 동남권 경제가 무너지면 제조업 중심의 국가 경제 전반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동민 기자 / 최승균 기자 / 서대현 기자 / 우성덕 기자]
1.포항지역 일반음식점 폐업 수(출처-포항시청)
연도/폐업 수
2013년/326곳
2014년/336곳
2015년/391곳
2.거제시 1개월 이상 전기요금 체납호(戶)수(출처-한국전력 경남본부)
연도/호수
2015년 2월/3352호
2016년 2월/4157호
3.울산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근로자 수
연도/근로자 수
2012년/4만여명
2016년/3만5000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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