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원내대표 경선일은 정했지만…새누리 원로들 “대오각성 해야”
입력 2016-04-21 16:44 

총선 참패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새누리당이 위기 수습을 책임질 차기 원내대표를 내달 3일 선출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26일 당선자 총회 직후부터 일주일간 후보 공모부터 유세까지 속도감있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경선일은 9일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한시라도 빨리 당을 수습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시급하다는 쇄신파 요구를 원유철 원내대표가 결국 수용했다. 다만 3일은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순방으로 국내에 없는 상황이 된다.
원내대표 선출 일정을 앞당긴 데는 당 원로들의 조언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1일 원유철 원내대표는 김수한 ,박희태, 류준상 등 당 상임고문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원로들은 총선 결과와 여당 상황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상임고문단은 총선 패배로 난파선 상황이 된 뒤에야 원로들의 조언을 구하는 당 지도부에 대한 질책부터 내놨다. 류준상 상임고문은 김수한 전 의장을 통해 지난 2월부터 의견을 나누자고 이야기했지만 한번도 만날 기회가 없었다”며 지도부를 완곡하게 비판했다.

본격적으로 총선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책에 대한 논의가 오가자 비판 강도는 더욱 세졌다. 류 상임고문은 비박 친박으로 나뉘어 공천갈등, 막말 파문을 해가면서 선거판을 완전히 망쳐버렸고 지지를 철회하게 만들었다”며 새누리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야당의 청문회 불씨가 커질 것이고, 정부·여당이 공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122석부터 인정하라”며 국회의장단 구성도 야당과 협의하는 역발상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 역시 국민을 통해 부끄럽고 굴욕적인 패배를 맞았다”며 총선 패배에 참담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김 전 의장은 며 공천을 앞두고 보인 계파갈등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막장 드라마로 국민들이 대선을 앞두고 사전 경고를 준 것”이라며 당 전체 소속원이 통렬히 대오각성해 말이 아닌 행동과 실천으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수습책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김용갑 상임고문은 원 원내대표에게 지금은 위기지만 당을 안정시키고 화합하면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며 힘들겠지만 아무 욕심없이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원 원내대표는 후배인 저희들이 제대로 받들지 못했다”며 국민들의 무서운 심판을 받들어 다시 바짝 정신차리겠다”고 답했다. 오찬이 끝난 후 박희태 상임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속도감 있게 당의 개혁과 쇄신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며 차기 지도부를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선출해 당의 쇄신과 개혁의 노력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에 대한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총선 패배 책임론에 내몰린 친박계는 ‘정중동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 쇄신 바람이 거세고 총선 패배에 1차적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일단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비박계 뿐 아니라 일부 친박계 의원조차 친박계의 ‘2선 후퇴론을 주장하고 있다. 차기 당권을 노렸던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은 침묵 속에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당내에서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최 의원이 물러서야 한다는 주장과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보좌하기 위해 결국 당 대표직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당장은 친박계가 움츠려있더라도 결국 대권 레이스를 앞두고 비박계에 당 지휘권을 맡기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계가 원내대표직을 비박계에 내주는 대신 당권을 사수해 균형을 맞출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박계에선 총선 책임론을 내세워 주도권 사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재선·3선 당선자 중심의 새혁모(새누리당 혁신모임)은 친박계인 원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선임을 좌절시켰다. 새혁모 소속 이학재 의원은 이날 계파 갈등이 총선 패배의 원인인만큼 계파간 분파주의를 벗어나 진정성 있는 쇄신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혁모를 이끌고 있는 황영철 의원 역시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박 핵심들은 무장 해제하고 당이 새롭게 가는 길에 밀알이 돼야 한다”며 친박 퇴진론을 공개 주장했다.
[김명환 기자 / 추동훈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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