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너지는 동남권벨트] 영남권 제조업 위기 호남권 광양·여수로
입력 2016-04-21 16:44 

지난 15일 오후 2시. 광양제철소 관련 업체들이 밀집돼 있는 전남 광양국가산업단지. 간혹 지나가는 트레일러와 대형트럭을 빼면 너무 조용했다. 주요 생산품인 철강을 생산할 때 나는 ‘쿵쾅 쿵쾅소리도 듣기 어려웠다. 철 구조물을 생산하는 A업체의 공장 내부에는 직원 4~5명이 생산품을 한 곳으로 옮기거나 기계를 손질하고 있었다. 이 업체 관계자에게 ‘물량이 많이 줄었느냐고 물었더니 손만 휘 저은 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동남권발 경기침체가 광양, 여수 등 전남지역으로도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광양국가산단 내 대형 구조물을 생산하는 크레인을 보유한 B업체에는 직원 소유로 보이는 차량 2대만 덩그러니 주차돼 있었다. 크레인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공장 내부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정문에 걸린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받지도 않았다. 공장이 휴업한 것이다. 철강을 생산하는 중견기업 C사는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지난해 공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문을 철제문으로 잠겨있었고 경비실에는 사람이 근무하지 않았다. 산업단지공단측은 경기가 어렵다보니 산단 내 기업관계자들의 신경이 매우 예민해 실태를 조사하기 조차 어렵다”면서 요일제 근무를 하거나 회사 관리를 위해 극소수의 직원만 출근시키는 회사가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수준도 급격히 악화돼 우려를 낳고 있다. 산단공이 광양국가산단의 고용현황을 살펴보면 2013년 1만1378명, 2014년 1만1664명으로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1만984명으로 700명 가까이 줄었다. 수출액은 2014년에 76억9437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25억 1601만달러로 3분의 1로 급감했다.
철강업계 부진으로 재래시장 등 실물경기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오후 5시, 휴일을 앞둔 중마시장에는 장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떡 가게를 하는 임순복씨는 재작년부터 매출이 줄기 시작해 올해가 최악”이라고 말했다. 철강경기가 호황이었을 때는 광양제철소에서 단체로 떡 주문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수산물을 파는 한 상인도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광양제철소와 인접한 광영동 상가들도 울상이다. 이날 오후 7시30분. 식사시간이지만 주변 상가와 술집은 한산했다. 삼겹살집을 하는 최무석씨는 광양제철소가 어려워지면서 회식하는 직원들 수도 급격히 줄었다”면서 불야성을 이루던 이곳이 지금은 썰렁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광양시민 15만3000명 중 1만1000명이 광양제철소나 협력업체 직원이다.
광양제철소가 한창 잘 나갈때는 광양시의 법인지방소득세가 7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013년 289억원, 2014년 258억원까지 줄었다. 지난해에는 423억원으로 일시 늘어났지만 여기엔 사연이 있다. 광양시청 세정과 직원은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돼 별도로 67억원을 납부했고 투자를 줄이다 보니 이익으로 남아 세금을 더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기업인들의 경기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광양상의가 최근 1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 전망 지수가 70.8로 최근 3년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한 업체는 20곳에 불과했고 더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 본 업체가 50곳에 달했다.
광양과 인접한 여수국가산단도 사정은 마찬가지.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이곳은 중국 수출감소와 유가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3년 98조원에 달하던 생산액이 2014년에는 86조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69조원으로 급락했다. 수출액도 2013년 391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301억달러로 25%가 줄었다. 산단 입주기업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수출비중이 50%가량인데 중국에서 원재료를 생산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중국의 원자재 자체 수급률이 높아질수록 업체는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여수상의 정병식 조사부장은 산단 입주기업의 어려움은 구조적인 문제”라면서 수출을 다변화해야 하고 완제품 형식으로 공장을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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