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노르웨이 법원 “77명 학살 테러범도 인권보호받아야”
입력 2016-04-21 16:44 

77명의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한 노르웨이 극우주의 테러범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7)가 교도소 수감 중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노르웨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가디언에 따르면 브레이비크가 교도소에서 비인간적이고 모멸적인 대우와 처벌을 받았다면서 제기한 소송에서 노르웨이 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줬다.
극우 성향의 극단주의자인 브레이비크는 지난 2011년 7월 좌파 노동당이 개최한 청소년 여름캠프에서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해 69명을 살해하고 차량에 폭탄을 설치해 8명의 무고한 시민 목숨을 앗아갔다. 이는 세계 2차대전 이후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폭력사태로 기록됐다. 징역 21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브레이비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디오 게임기와 TV가 구비된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해 논란이 돼 왔다.
하지만 브레이비크는 정부가 그를 독방에 하루 22~23시간 혼자 가두고 다른 수감자들과의 접촉을 차단한 채 두꺼운 유리를 사이에 두고 교도원들과의 대화만 허용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판사는 교도소 측이 그가 받은 고통에 대해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않을 권리는 민주사회가 보장하는 기초적인 가치로, 이같은 권리는 테러리스트나 살인범에게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유럽인권보호조약(ECHR)은 수감자가 구금에 따른 고통이 불가피한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정하고 있는데 노르웨이 정부가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정부가 패소함에 따라 브레이비크에게 33만1000크로네(약 461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물어줘야 한다. 노르웨이 정부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항소할 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이번 판결을 접한 총격 사건의 희생자는 처음에는 놀랐고 이제는 화가 난다”면서 명치에 펀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브레이비크는 재판장에서 나치를 연상시키는 경례를 하고 자신을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였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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