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우디공항 영접도·미디어도·정상회담도…오바마 `푸대접`
입력 2016-04-21 16:06 
냉랭해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에르가궁을 나서면서 두 손을 모은 채 살만 국왕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이란.예멘.시리아 문제를 논의하며 경색된 관계를 풀려고 했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얻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화해 제스처를 보냈으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전히 냉랭한 태도로 일관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9·11 테러에 연관된 정황 증거가 나타남에 따라 맹방이던 두 나라의 경색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해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2시간동안 정상회담을 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킹칼리드 공항에 도착했을 때 살만 국왕이 아닌 리야드 주지사인 파이잘 왕자가 영접을 해 ‘푸대접 논란이 제기됐다.
백악관은 외국 정상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영접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해명에 나섰으나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주요국 정상이 방문하면 대부분 살만 국왕이나 모하마드 빈 나예프 제1왕위계승자가 영접하는 관행에 비춰볼 때 환대는 아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구나 같은 날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한 걸프협력회의(GCC) 정상들은 살만 국왕이 직접 마중해 대조를 이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방송도 이날 GCC 정상들의 도착 장면을 관례에 따라 생중계했으나 오바마 대통령 도착은 중계하지 않았다.

정상회담에서도 오바마 대통령과 살만 국왕이 이란 예멘 시리아 문제 등 중동지역 주요 의제를 논의했지만 그간 보여 온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회담이 겉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 당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살만 국왕에에 인권문제와 관련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이견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알 파이잘 사우디 왕자는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의 관계를 ‘재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9·11 테러에 연루된 정황증거가 나왔다고 보도해 양국 관계는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알카에다의 폭탄 제조책인 가산 알 샤르비가 9·11 테러 당시 여객기 납치범들과 함께 비행훈련을 받았는데 관련 서류가 워싱턴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봉투에서 발견됐다. 이는 9·11 테러 기도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지난 수년 동안 미국 의회가 이같은 의혹을 제기해 왔다.
관련 문건은 현재 비공개 비밀문서로 분류돼 봉인돼 있으나 의회가 정부를 향해 기밀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중동 최대 우방이었으나 이란 핵합의로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면서 이란과 대치하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마찰을 빚었다. 또 미국 셰일석유업계를 고사시키기 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증산 등이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맹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리야드에서 열리는 GCC 회의 참석을 끝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일정을 마친 후 영국 독일 순방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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