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엄마들의 패스트패션 `몬테밀라노` 주목 받는 이유
입력 2016-04-21 15:56  | 수정 2016-04-21 19:10

엄마들의 패스트패션이라는 말로 ‘몬테밀라노를 정의할 수 있어요. 하지만 15년 전에 정말 내가 패스트패션을 알고 몬테밀라노를 만들었을까요?”
영등포 롯데백화점 5층에는 유독 눈에 띄는 매장이 있다. 인테리어는 평범하지만 워낙 걸려있는 옷들이 색(色)달라서다. 총 천연색의 화려한 옷에 눈이 호강하다 못해 아플 지경이다. 솔직히 무채색의 옷을 즐겨입는 30대 초반의 기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옷을 보자마자 감(感)은 확실히 왔다. ‘이 옷만 찾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겠구나 하는.
올해로 15년이 된 몬테밀라노는 지난 한 해에만 450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견 패션 브랜드다. 몬테밀라노 오서희 대표는 이 브랜드를 통해 ‘엄마들에게 웃음을 찾아줬다. 20대들은 매일 백화점에 오기 어렵죠? 하지만 엄마들은 매일 와요. 와서 좋은 서비스를 받고 쇼핑도 하는 게 엄마들의 낙이예요. 그런데 정작 백화점 제품은 구입하기엔 너무 비싸죠. 우리나라 40대 50대 여성들 중에서는 문화적인 이유 때문에 외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싼 옷에 쉽게 지갑을 열 수가 없어요”
서른 한 살이던 15년 전, 화려한 색감으로 유명한 실크 명품 ‘레오나드 상품기획팀장 이었던 오서희 대표가 백화점에서 발견한 건 이런 ‘엄마들의 모습이었다. 패션 사업을 꿈꿔왔던 오 대표가 다른 의미의 ‘꿈을 포기하게 된 순간이다. 디자이너들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어하죠. 서른살의 나도 그랬어요. 40대의 옷이 아니라 영캐주얼 디자인을 꿈꿨죠. 하지만 그들이 눈에 띄었고 그들을 위한 시장이 없다는 게 보였어요.이게 내가 만들어가야할 시장이구나 깨달았고요”
몬테밀라노는 이렇게 시작됐다. 레오나드 같은 화려한 색감을 가진 제품을 만들면서도, 세탁이 편해야한다는 생각에 실크가 아니라 물빨래가 가능한 소재로만 옷을 만들었다. 가격은 2~3만원대가 많고, 10만원이 넘는 옷은 거의 없다. 신상품은 매주 나온다. 1년에 나오는 신상품이 무려 700벌이다. 패스트패션을 하려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예요. 가격이 저렴하고 객단가가 워낙 낮다보니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내지 않으면 매출이 안나왔어요. 그러다보니 직영공장이 필요했고 순환이 빨라졌죠. 아마 유니클로나 자라도 그렇게 시작한 것 아닐까 싶어요”
몬테밀라노가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서 온라인 진출이 늦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06년도에 오 대표는 미국 패션 브랜드 ‘포에버 21을 본따 온라인 숍을 열었다. 물론 엄마들 아무도 온라인 쇼핑 안했을 때예요.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놓으면 우연히라도 보지 않겠나, 보다보면 관심이 가지 않겠나 싶어 만들었지요” 지금은 카페24 플랫폼을 통해 쇼핑몰을 관리면서 지난해부터 중문몰도 열었다.
온라인 몰을 운영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은 홈쇼핑 매출을 포함해 약 150억원의 매출이 온라인에서 나온다. 중국에서는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연 2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최근 몬테밀라노는 온라인 몰에 독특한 기능을 넣었다. ‘조르기를 통해 온라인 쇼핑이 서툰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제품 링크를 전달할 수 있게 한 것. 오 대표는 사실 요즘 온라인에서 다들 옷을 파는 것 아니냐, 우리가 옷을 판다고 광고할 게 아니라 엄마들을 위해 우리가 만든 기능을 소구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40대와 50대들의 온라인 쇼핑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40대가 50대가 된다면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는 50대가 수직 성장률을 보일거예요. 온라인사업은 어찌보면 손바닥 싸움이죠. 손바닥만한 작은 화면(스마트폰) 안에서 경쟁해야하니까요. 이를 통해 디자이너가 만든 엄마들의 패스트패션을 전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궁극적 목표입니다. 그렇다면 몬테밀라노 매장을 밀라노에 열겠다는 제 꿈도 더 가까워지겠지요.”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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