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샷법 특수 잡자" 회계법인들 손님 모시기 경쟁
입력 2016-04-21 14:00 

업황 악화로 파산 위기에 처한 유통업체 A사 사장은 최근 한 회계법인에서 획기적인 제안을 받았다. A사 단독으로는 시장에서 큰 매력을 못 느끼니 비슷한 처지에 있는 B, C 유통업체를 한 데 묶어 사모펀드(PEF)에 팔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이용하면 사업재편계획을 추진하는 여러기업이 공동으로 이런 식의 딜 구조를 짤 수 있다는 설명에 A사 사장은 벼랑끝에서 한 줄기 희망을 찾게 됐다.
올 8월 시행되는 원샷법을 앞두고 회계법인들의 손님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회계법인은 복잡한 인수·합병(M&A) 구조 설계나 자금 조달, 세금 문제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원샷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원샷법 특수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원샷법은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상법 세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규제를 한번에 풀어주고 세제지원 혜택 등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일 삼정KPMG 안진딜로이트 EY한영 등 4대 회계법인은 원샷법 특수를 노리고 전담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2월 원샷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국내 회계법인 중 제일 먼저 ‘원샷법 지원센터를 열었다. 배화주 삼일 부대표는 원샷법 지원센터 인력을 국내 최고 수준의 구조조정 전문가와 M&A 전문가들로 구성했다”며 사업재편을 계획 중인 기업들에게 승인 신청이나 사후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 실무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정KPMG도 ‘사업재편 지원센터를 출범시켰다. 이 센터는 구조조정 및 M&A, 지배구조, 전략수립, 회계 및 세무 등 부문별, 산업별 5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딜로이트 안진은 원샷법 국회통과 직후 재무자문본부 내 RS(Restructuring Service)팀이 주도하는 산업구조조정 TF를 발족시켰다.

기업들의 관심도 뜨겁다. 삼일 삼정 안진이 진행한 원샷법 설명회에 참석한 인원만 총 500여명을 넘었다. 특히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회사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구체적인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다만 원샷법의 세부 지침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회계법인들은 인력과 조직을 갖추고도 개별 사례 적용에는 애를 먹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세부 지침 확정을 위해 ‘의견 수렴→법제처 심사→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6월 중 세부법안을 확정·공포할 예정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행령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어느정도 원론적인 얘기만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세부법안이 확정된다면 본격적인 특수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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