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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던 ‘출루 머신’이 되어가는 배영섭
입력 2016-04-21 09:44 
배영섭은 지난 10일 사직 롯데전에서 시즌 첫 선발 출전했다. 그때부터 8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삼성의 톱타자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배영섭(삼성)은 지난 12일 대구 NC전에서 1회 이민호를 상대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군 복무 후 첫 아치. 지난 2013년 9월 8일 잠실 LG전 이후 947일만이다. 공교롭게 그때도 1회 선두타자 홈런이었다.
하루 뒤 만난 배영섭에게 오랜만에 홈런을 친 소감을 묻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운 좋게 잘 맞아 넘어간 것이라는 멘트도 어렵게 꺼냈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배영섭은 홈런 이후 네 차례 더 타석에 섰지만, 안타 혹은 볼넷을 기록하지 못했다. 3회 득점을 올렸으나 무사 1루서 유격수 땅볼로 선행주자는 아웃됐다.
배영섭은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스스로에게 강조했다. 통산 7개의 홈런만 쳤던 자신은 홈런 타자가 아니라고. 최대한 많이 출루하는 게 임무이자 목표라고 밝혔다.
채찍질을 한 데에는 자신이 잘 해야 했기 때문. 치열한 외야 경쟁 및 오른손 대타 후보 탓에 개막 후 선발 출전 기회가 그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지난 10일 사직 롯데전과 12일 NC전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으나, 각각 구자욱의 가벼운 부상과 박해민의 타격 부진 때문이었다. 그 기회가 왔을 때 보여줘야 했다.
게다가 예기치 않은 박한이의 무릎 부상으로 배영섭은 대타가 아닌 톱타자 역할을 맡게 됐다. 팀 사정상 배영섭의 활약이 필요했다.
그리고 배영섭은 선발 체질이라는 걸 마음껏 보여줬다. 선발 출전하기 시작한 10일 롯데전 이후 타율이 0.371(35타수 13안타)이다. 삼성이 최근 4경기 연속 2득점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배영섭의 안타는 빠짐이 없었다. 8경기 연속 안타.
무엇보다 그는 출루에 목표를 뒀다. 톱타자로서 기본 임무에 충실하려 했다. 삼성이 3연패 사슬을 어렵게 끊은 지난 20일 광주 KIA전에서 배영섭은 4번이나 출루했다.

8이닝 1실점으로 인상적인 피칭을 펼친 양현종(KIA)을 상대로 볼넷 3개를 얻었다. 이날 양현종에게 볼넷을 얻은 야수는 배영섭이 유일했다.
4사구 출루는 지난 10일 롯데전(볼넷 1개) 이후 오랜만이다. 양현종은 98구 중 볼이 35개였다. 그 중 1/3에 해당하는 12개를 골랐다. 그의 출루는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6회와 10회 홈을 밟은 이 또한 배영섭이었다.
그런데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출루를 많이 해야 하나 스스로를 너무 옥죄지 않았다. 지나친 의식으로 괜한 부담으로 더 안 좋을 수 있는 터다. 배영섭은 출루에 너무 신경 쓰지 않으니 볼넷을 많이 얻어 출루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의식과 부담을 덜한다 해도 그의 출루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배영섭은 20일 경기까지 출루율 0.468을 기록하고 있다. 주축 야수 가운데 가장 높다. 또한, 개인 통산 가장 좋은 페이스다(2013년 0.402). KBO리그 내에서도 6위. 톱타자로서 역할을 100% 수행 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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