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제철, 철강값 반등에 주가 석달새 29% `쑥`
입력 2016-04-19 17:26 
◆ 기업분석 / 현대제철 ◆
현대제철을 비롯한 철강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황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중국발 과잉 공급 때문에 철강 가격이 고꾸라진 데다 자동차·조선산업에 찬바람이 불자 판재(건축 ·산업용으로 쓰이는 철판) 매출도 눈에 띄게 줄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판재 매출은 9조49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줄어들었고, 판재 가격은 1년 새 t당 86만원에서 76만원으로 하락했다.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내수 차강판 가격이 t당 8만~9만원 내려가면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 실적도 컨센서스를 밑돌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주가도 1월 말 4만4000원 선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3월 이후 철강 가격이 강하게 반등하고 중국의 철강 제조업구매지수(PMI)가 4개월 연속 올라가면서 2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중국의 열연 가격은 지난해 12월 중순 t당 280달러에서 지난 3월 말 390달러로 3개월간 39% 올랐다. 국내 열연 유통 가격은 연초에는 t당 50만원까지 내려갔으나 최근 53만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성수기 효과가 더해져 철근 가격 인상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열연·후판 가격도 2월부터 오르고 있다.
철강업계가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이 생기며 현대제철 주가는 9개월 만에 6만원대를 회복했다. 여기에는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내려간 점도 한몫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분기 철광석 투입원가와 철스크랩 투입원가는 전 분기에 비해 각각 t당 1만원, 2만원씩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근 증권사들은 현대제철의 1분기 실적 전망치는 낮추고 2분기 전망치는 높이는 추세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예상하는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매출액 3조9623억원, 영업이익 3278억원이지만 2분기는 매출액 4조3995억원(전 분기 대비 11% 증가)에 영업이익은 4250억원(30% 증가)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따라 철강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이 급등하면 중국산 수입이 줄어들어 현대제철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며 "글로벌 투자 차원에서도 주가가 저평가된 현대제철이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현대제철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로 중국 허베이철강의 43배, 바오산철강의 22배는 물론 포스코의 15.8배와 비교해도 상당히 낮다.
판재 이외 매출의 26%를 차지하는 봉형강 사업 전망도 밝다. 건설 과정에서 철근으로 쓰이는 봉형강은 지난해 분양된 주택 물량이 올해 착공에 들어가면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개월간 포스코 주가가 45% 뛸 동안 현대제철 주가는 28% 오르는 데 그쳤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포스코에 비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 개선이 부진했기 때문에 주가 갭이 커졌다"며 "현대제철도 2분기부터 업황 회복의 수혜를 누리기 때문에 양사 간 주가 상승률 차이는 좁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현대·기아차에 전량 납품하다시피 하는 자동차 강판에 영업이익의 60%를 의존하는 사업 구조는 부담이다. 철강 가격이 오르더라도 요즘처럼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공장 가동률이나 매출 신장세가 저조한 상황에선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철강 업황이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자동차용 강판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현대제철 영업이익 증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포스코와 달리 2분기에도 업황 개선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원가 부담이 줄어든 점은 긍정적이지만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생산량이 계속 늘어나야 현대제철 실적에 의미 있는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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