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위험자산 늘리는 중앙은행들…원인은 마이너스 금리
입력 2016-04-19 16:06 

외환보유고를 운용할때 투자 안정성을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늘리는 이례적인 실험에 들어갔다.
유럽·일본의 마이너스금리 시행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 상태로 떨어진 주요국 국채만 사들이다가는 당초 목표로 삼은 최소한의 수익조차 낼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금리 고통을 체감하면서 투자포트폴리오 조정에 들어갔다고 19일 전했다. 중앙은행 전문매체 ‘센트럴 뱅킹 퍼블리케이션스(CBP)와 영국계 은행 HSBC가 전 세계 77개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운용담당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0%가 마이너스금리가 중앙은행외환보유고 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영국 러버넘컨설팅의 창립자이자 전 영란은행(BOE) 지급준비금 관리담당자였던 존 뉘제도 중앙은행 외환운용 담당자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며 중앙은행도 다른 투자자들과 똑같은 문제에 직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전통적으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주요국 국채와 달러·유로·엔 등 주요통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 수익성은 낮지만 쉽게 시장에 내다 팔아 유동화시킬 수 있고 원금손실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외환보유고를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자국 통화가치 급등락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도 저수익·저위험 국채 투자에 무게중심을 두게 만들었다. 그런데 전세계적으로 마이너스금리가 확산되면서 상당 규모의 국채와 우량 회사채가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고 최소한의 수익조차 올릴 수 없게 되자 자산유동화증권(ABS),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매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국채 등 마이너스 금리 채권규모가 전세계적으로 8조달러를 훌쩍 넘어서 사상최대치로 확대된 상태라고 집계했다. 또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환차손을 최소화하기위해 마이너스금리 시행에 들어간 유로와 엔화 자산투자비중도 지속적으로 축소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전세계 중앙은행의 유로화 표시 자산 투자비중은 20%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초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엔화자산 투자비중은 4%선이다. 이와관련해 설문응답자들은 호주달러, 캐나다달러와 같은 상품통화나 중국 위안화로 투자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32개 중앙은행은 위안화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개 중앙은행은 위안화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한 중앙은행 외환운용 담당자는 전통적으로 유동화가 쉬운 자산을 선호하던 중앙은행들이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위해 만기가 긴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아진다. 중앙은행들이 수익률 제고를 위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굴리는 외환보유고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10조9000억달러에 이른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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