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선시대 왕들은 어떤 ‘소울푸드’를 즐겼을까?
입력 2016-04-19 14:27  | 수정 2016-04-21 15:38
선조 ‘도루묵’ [사진 출처=인스타그램]

음식에는 남다른 힘이 있다. 신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물리적인 역할은 물론 마음을 치유해 주는 인테라피의 효과까지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세상에 먹는 즐거움을 빼면 어떻게 사느냐고 외치는 이들도 있고,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서 먼 길까지 발걸음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음식에 대한 사랑은 오늘날 우리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의 살던 이들에게도 ‘소울푸드(영혼을 채워주는 음식)는 존재했다.
특히 나라를 이끌던 조선시대 왕들은 ‘군중 속 외로움을 좋아하는 음식으로 채우곤 했다.

◆ 세종=고기반찬
조선의 4대 임금 세종. 그의 명석함의 비결은 고기반찬이었다. 세종은 단 하루도 고기반찬을 상에 올리지 않으면 숟가락을 들지 않았을 정도로 고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편에서 고기는 무려 504번이나 등장할 정도라고 하는데, 세종이 백성 못지않게 사랑한 것이 고기인 듯하다.
세종의 아버지였던 태종 이방원은 유언으로 주상은 하루라도 고기를 안 먹으면 안 된다”며 그러니 상중에도 고기를 먹어라”고 남길 정도였다고 한다.

◆ 연산군=사슴꼬리
연산군은 탐욕스런 성격만큼 식탐도 많았다. 특히 그는 진귀한 음식들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상에 올리는 산해진미 중 그가 가장 사랑했던 것은 ‘사슴꼬리 녹미(鹿尾)였다.
연산군은 제대로 된 녹미를 올리지 못한 지방 관리에게는 책임을 묻곤 했다. 연산군 10년 ‘조선왕조실록에는 사옹원(조선 시대 궁중의 음식에 관한 일을 맡던 관청)에서는 관찰사가 올리는 녹미의 색깔과 맛을 살펴보고, 나쁜 것이 있으면 조사해 장부에 기록하라”며 6개월에 3번 이상 질 나쁜 녹미를 올리는 관찰사가 있으면 비록 근무성적이 최고라 하더라도 파면하라”는 어명을 기록했을 정도다.


◆ 선조=도루묵
조선 14대 임금 선조는 도루묵을 사랑했다. 별 소득이 없는 일을 뜻하는 ‘말짱 도루묵이다라는 어원도 선조의 일화에서 유래한다.
피난길에 올랐던 선조가 어촌에 머물렀을 당시, 한 어부가 선조에게 ‘묵이라는 이름의 생선을 바쳤다. 그는 그 맛에 반해 묵이 아닌 ‘은어라는 이름을 내렸다. 궁으로 돌아가서도 피난길 힘들었던 상황에서 먹던 은어의 맛을 잊지 못한 선조는 다시 그 생선을 상에 올릴 것을 명했다. 그러나 그 맛이 피난길에서 먹던 맛에 한참 못 미쳐 도로 묵이라고 불러라”라고 했다. 그 이후 이 생선은 ‘도루묵으로 불리게 됐다.

◆ 광해군=잡채
광해군은 수라상에 잡채가 올라와야지만 수저를 들었을 정도로 잡채를 좋아했다.
‘조선왕조실록의 광해군일지에는 이충이라는 신하가 채소에 새로운 맛을 낸 맛있는 음식을 조석으로 왕께 올렸는데 채소에 다른 맛을 가미했는데 그 맛이 희한하다”라며 광해군의 호평이 이어졌다고 적혀있다.
매일 잡채를 상에 올린 이충은 광해군의 총애를 받아 호조판서에 올랐다. 다른 신하들은 이를 두고 이충에게 ‘호조판서가 아닌 ‘잡채판서라며 놀리기도 했다고 한다.

◆ 영조=탕평채
탕평책을 펼친 영조의 정책을 꼭 닮은 ‘탕평채는 영조가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붕당 간 대립과 정쟁을 해소하기 위해 인재를 고루 등용했던 영조는 어느 날 수라상에 올라온 각종 나물들과 청포묵이 뒤섞여 있는 것을 보고는 탕평을 상징한다 해 ‘탕평채라는 이름을 내렸다. 실제로 탕평채에 들어가는 재료의 색은 각 붕당을 상징했다. 청포묵의 흰색은 서인, 쇠고기의 붉은색은 남인, 미나리의 푸른색은 동인, 김의 검은색은 북인을 뜻했다.
영조는 특히 미나리, 숙주와 같은 나물과 채소가 듬뿍 들어간 탕평채를 즐겨 먹었다. 탕평채는 채식 위주의 식사를 즐긴 영조에게 맞춤형 음식이었다.

◆ 철종=시래깃국
조선 시대 철종은 어릴 때 강화도 산골에서 나무를 하며 살던 초동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궁궐에 불려가 임금이 된 철종은 궁의 음식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어릴 때 먹던 시래깃국 생각만이 간절해 이를 구해 오라고 명을 내렸다고 한다.
궁궐의 화려한 수라상에도 입맛을 되찾지 못하던 철종은 강화도의 외가에서 공수해 온 시래기로 된장국을 끓여 내자 신진대사가 좋아지고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철종에게 시래깃국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음식이었던 셈이다.
[디지털뉴스국 김지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