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유전자가위 교정 식물, 규제·허용 어디까지
입력 2016-04-19 11:17 

유전자 가위로 ‘교정한 식물을 ‘유전자 변형식품(GMO)으로 봐야 할까.
유전자 가위 기술이 선을 보인 약 10여년 전부터 여전히 논란거리였던 이 문제는, 2013년 보다 간단하게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개발되면서 세간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국립아카데미는 지난 18일부터 미국 농무부(USDA)의 의뢰를 받고 ‘GMO에 대한 감독 가이드라인 연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향후 5~10년 간의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식품의 발달과정을 예측한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의 이번 미국 농무부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유는 바로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를 교정한 식물 때문이다.

유전자 가위는 원하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정확히 골라내 제거하거나 끼워넣을 수 있는 기술이다. GMO가 기존의 생물체에 다른 유전자를 끼워넣은 작물을 의미하는 만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만든 식품도 GMO에 속할 수 있다.
하지만 방식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넣으려면 박테리아에 DNA를 넣어 이식한다. 외래 유전자를 박테리아에 넣은 뒤 이를 식물에 감염시키는 방식이다. 감염된 식물체는 박테리아의 DNA를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형질이 발현된다. 하지만 박테리아의 DNA가 식물체에 남아있기 때문에 GMO는 엄격한 규제의 대상이 됐다. 인간이 원했던 유전자 외에, 외래 유전자가 삽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를 활용하면 박테리아를 사용하지 않고 유전자를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다. 제거하고픈 유전자를 찾아가는 ‘가이드 RNA와 이를 절단하는 ‘카스 단백질로 이루어진 유전자 가위는 외부 유전자의 개입이 없어도 식물의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다. 유전자 가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외부 유전자 유입이 없기 때문에 유전자 가위로 만든 작물은 기존 GMO와 같은 규제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전자 가위는 기존 GMO가 갖고 있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각국은 현재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위원회(EC)도 미국보다 앞서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GMO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립아카데미의 GMO 가이드라인 연구에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GMO가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을 뿐 아니라 유전자 가위와 관련된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다른 국가들이 참고할 수 있을만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미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던,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작물의 유통에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4일 유전자 가위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미국 농무부가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를 교정한 버섯은 규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는 기존 GMO와 달리 바이러스, 세균과 같은 외래 유전자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 버섯은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식물의 조직이 바이러스나 생리적 장애로 인해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증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제거됐다. 이미 지난 18개월 동안 미국에서는 이처럼 갈변증 유전자를 제거한 사과와 감자가 GMO로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유전자 가위를 적용한 작물의 승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 2월에도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흰가루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밀을 규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작물의 유통 승인에 반대하는 그룹도 존재한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식품안전센터의 더그 셔먼 이사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때로는 의도치 않은 유전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언젠가 유전자가위 기술로 만든 작물을 규제할 필요가 없는 날이 올지 모르지만 더 많은 사실들이 밝혀질 때까지 강력히 규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