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생동의 기 담긴 봄나물 쑥밀쌈…“내 몸이 고맙데”
입력 2016-04-19 09:58 
심영순 원장이 헬스저널 독자들을 위해 만든 봄나물 쑥밀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음식은 곧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지요. ‘먹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오늘 먹은 음식을 떠올려보십시오. 건강하고 맛있게 잘 드시고 계신가요? 헬스저널에서는 요리연구가들과 ‘100세를 꿈꾸는 건강밥상 레시피를 준비했습니다. 평소에는 바빠서 대강 때우더라도, 가끔은 나와 가족들에게 이런 밥상 선물해 주시면 어떨까요? 처음 모신 선생님은 본인의 이름을 딴 요리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는 심영순 원장입니다. 100세 밥상의 첫번째 메뉴, 봄나물 쑥밀쌈을 소개합니다.
요리 대가의 선택은 심플했습니다. 재료는 이 계절을 가득 담은 봄나물, 쑥과 진달래입니다. 심 원장은 매경 독자들만을 위해 간소하고 맛있게 새로 레시피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빛깔 고운 진달래 화전과 쑥전을 한 장 한 장 부치고, 나물은 먹기 직전에 삶아 심 원장만의 비법인 향신장에 맛깔나게 버무렸습니다. 오늘 레시피의 포인트는 노란색 지단에 숨어 있습니다. 샛노랗지 않고 약간 붉은 기가 도는데요. 비밀은 당근이었습니다.
이 한 접시 안에 주요 영양소가 다 들어있는데, 카로틴만 없습니다. 완벽한 일품요리를 만들기 위해 당근즙을 넣었지요. 요 봄나물이 보약이고 고기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서 먹으면, 오장육부가 다 좋아할 겁니다. 온몸의 장기들이 ‘골고루 먹어줘서 정말 고마워 할 거에요.”
그녀의 솜씨를 배우기 위해 재벌가의 좋은 차들이 집 앞에 줄을 섰다던가요. 정·재계 며느리들의 요리선생님으로 유명했던 심 원장은 이제 ‘국민 요리선생님이 됐습니다. 요리연구가로 45년여, 수만 명을 가르쳤지만 그녀가 인정하는 제자는 2000여명 남짓 됩니다. 가장 오래 가르친 제자는 30년째, 일흔이 훌쩍 넘을 때까지 함께 했습니다. 심 원장이 30년간 새로운 요리와 레시피를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방송 출연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지금도 옥수동 심영순요리연구원에서 정기적으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봄나물 쑥밀쌈 맛은 어땠을까요? 나물은 어떻게 삶은 건지, 보드라우면서도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나물마다 다른 식감을 내며 나 여기 있어요”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당근즙을 품은 지단은 사르르 녹았습니다. 쑥밀쌈에 싸먹으니 향긋하고, 진달래 화전에 싸먹으니 쫄깃하고 달콤했습니다. 전혀 다른 재료들이 만났는데, 씹을수록 다채로운 맛이 하나로 어우러집니다. 다른 건 어떻게 따라해도, 이런 나물 맛을 못낼 것 같다고 했더니 심 원장이 향신장 개발 뒷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집트 피라미드를 건설한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저 거대한 구조물을 올렸을까 알아봤더니, 파(양파)와 마늘과 무를 먹었다는 결과를 얻었어요. 이 재료들을 어떻게 매일 먹을까 고민하다가 만든 것이 향신장, 향신즙, 향신기름입니다. 유학생, 기러기 아빠, 음식에 서툰 새색시들도 쉽게 맛을 낼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레시피도 기꺼이 공개했고요. 요즘 다들 바쁘잖아요. 저는 평생 요리를 연구한 사람이니, 간편하면서도 건강과 맛을 만족하게 하는 양념장 비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최근 대장암 발병이 크게 늘었다는 뉴스가 있었는데요. 심 원장은 서양인에 비해 장이 짧은 우리는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걱정될 때에는 나물에 밥을 먹어야 한다고도 했지요. 문제는 좋은 식재료를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겁니다. 심 원장은 무국 하나를 끓일 때도 무를 먹어보고 단지 씁쓸한지 지릿한지에 따라 다르게 조리를 한다. 단물을 빼거나 소금물에 살짝 삶거나 그때 그때 다르다”며 결국 음식맛은 재료에 달려있는데, 좋은 식재료가 점점 줄어들고 비싸져서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요즘 음식을 먹으면 칼로리 이야기를 하시는데,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양념을 얼마나 먹었느냐입니다. 염분을 줄인다고 건강식이 아닙니다. 양념은 맛도 내지만, 소화력을 높이고 원재료의 좋은 영양분을 우리 몸이 잘 받아들이도록 돕습니다. 혀를 만족시키는 것만으로는 안됩니다. 입맛에 속지 마세요. 특히 집안에 가족력이 있다면 식사가 원인인 식원병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럴 땐 식생활을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건강을 해치는 섭생을 멈추고 부족했던 것을 적절히 섭취해야 해요.”
그렇다면 심 원장이 생각하는 ‘100세 밥상은 무엇일까요? 그는 끼니를 거르거나 대충 먹기 쉬운 1인가구를 걱정하며 남녀노소 모두 기본적인 요리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건강밥상 어렵지 않아요. 요리에 수학공식같은 기본 원리들이 있습니다. 몇 가지만 생각하면 나머지는 맛보아 가면서 음식하면 됩니다. 몇 번 시도해보면 요령도 생기고요. 그저 음식은 사먹는 것이다, 생각지 마시고 ‘해먹기도 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여든을 바라보는 심 원장의 얼굴은 맑고 고왔습니다. ‘먹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이다라는 말의 증거 같았습니다.
<심영순 원장의 향신즙 레시피>
▶향신즙 레시피
향신즙
배 200g, 무 200g, 양파 200g, 마늘 200g, 생강 10g
① 배, 무, 양파, 마늘, 생강을 강판에 갈아서 즙을 내거나 주서에 갈아서 즙을 낸다.
② 작은 병에 담아 냉동해 두고 쓴다.
▶향신장 레시피
진간장 2컵, 설탕 1/2큰술, 향신즙 1/2컵, 후춧가루 약간, 고추 말린 것 2~3개, 깻잎 5장, 쇠고기 100g, 물엿 2큰술, 생강 2쪽, 백포도주 1/2컵, 꿀 1/2컵
① 냄비에 진간장, 설탕, 향신즙, 후춧가루, 고추 말린것, 깻잎 물엿, 생강 편으로 썬 것,백포도주를 넣고 끓인다.
② 끓기 시작하면 쇠고기를 넣고 은근하게 끓이다가 꿀을 넣고 2컵 정도가 되게 조린다음 체에 밭친다.
▶아이가 감기 걸렸을 때
무 한토막을 채썰고 조청 두 숟가락을 넣고 냉장고에 하룻밤 재워둔다. 다음날 건더기는 버리고 물을 꼭 짜서 마시게 한다.
▶임신부가 기침이 멈추지 않을때
콩나물 대가리를 떼고 뿌리와 줄기만 남긴다. 꿀이나 조청을 두 숟가락 넣고 냉장고에 하룻밤 재웠다가 물을 꼭 짜서 마신다.
<봄나물 쑥밀쌈 만드는 법>
▶재료
1. (가) 두릅 200g. 머위 200g, 취나물 200g, 향신물 쓰는대로 (나) 쇠고기국간장 1+1/2큰술, 향신즙 1+1/2큰술, 소금 미량 (다) 향신기름 1+1/2큰술 (라) 종자가루 2큰술, 새우가루 1큰술, 쇠고기간장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고운소금 미량
2 (가) 더덕 150g, 소금 미량, 향신기름 1큰술 (나) 고추장 1작은술, 향신즙 1작은술, 향신기름 1작은술, 조청 1작은술
3. 황란 3개, 밀가루 3큰술, 녹말 1+1/2큰술, 당근(즙) 50g, 소금 약간
4. (가) 물 1/2컵. 육수 3큰술, 향신즙 1작은술, 쑥 70g. 백란 1개 (나)밀가루 1컵. 녹말 1큰술, 소금 약간 (다)배꽃 쓰는대로
5. (가) 물 1/2컵. 육수 3큰술, 향신즙 1작은술, 백란 1개 (나) 밀가루 1컵, 녹말 1큰술, 소금 약간 (다) 진달래꽃 쓰는대로, 쑥잎 약간
▶만드는 법
1. 나물은 깨끗이 다듬어 씻고, 끓는 소금물에 각각 데쳐 찬물에 담구어 식힌다. 물기를 짜서 (나)의 재료에 각각 무쳐서 물기가 생기면 다시 한번 살짝 짜서 (다)의 기름으로 뜨거운 팬에 살짝 볶아 넓은 쟁반에 펴서 식혀 (라)의 재료에 각각 무쳐 놓는다.
2. 더덕은 널찍하게 썰어서 살짝 구워 (나)의 재료에 무쳐서 다시 한번 살짝 구워 채 썰어낸다.
3. 3번 재료는 채에 내려서 지단을 부쳐 6cm길이로 채 썰어 놓는다.
4. (가)의 재료는 함께 갈아서 채에 받쳐 (나)의 재료를 섞은 뒤 다시 한번 받쳐 1+1/3큰술씩 팬에 늘여 (다)의 배꽃을 얹어가며 부쳐서 식힌다.
5. (가)의 재료는 채에 내려서(나)의 갈분과 함께 혼합한 다음 다시 채에 내려 (다)의 진달래와 쑥을 얹어가며 부쳐 접시에 둘러 담고 중앙에 나물을 모듬으로 담아 낸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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