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M+개그人] ‘웃찾사’로 컴백한 손헌수가 다시 ‘무대’에 오르기까지
입력 2016-04-17 13:06  | 수정 2016-04-17 13:23
사진제공=SBS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들을 만나봅니다. ‘멋있음 대신 ‘웃음을 택한 용기 있는 자들이 꿈꾸는 코미디는 어떤 모습일까요? 웃음 뒤에 가려진 이들의 열정과 고통, 비전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입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코미디언 손헌수가 다시 돌아왔다.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약했던 손헌수가 오랜만에 코미디 무대로 돌아왔다. 바로 SBS ‘웃찾사를 통해서다. ‘허무개그의 1인자였던 손헌수는 이번에 다시금 ‘할아버지 카드를 들고 나섰다. 후배 김영과 ‘전설의 무대라는 코너로 화려한 복귀 신고식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그런 손헌수는 코미디 무대로 돌아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갑작스러운 MBC 프로그램 폐지로 그는 상심이 컸지만, 그래도 돌고돌아 코미디로 돌아왔다. 그에게 ‘코미디의 의미를 다시 물었다. 손헌수는 진지하게 ‘코미디언으로 죽고 싶다”고 답했다.



Q. 정말 간만에 코미디 무대로 돌아왔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A. MBC에서 활동하다 갑자기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돈을 조금 받는다 해도 버텼는데 일말의 여지도 없이 프로그램이 한순간에 사라지더라. 그 때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 내가 소용없는 짓을 했구나 싶었다. 그래서 아예 개그맨으로는 돌아오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그 사이에 이것저것 많이 했다. 영화 연출 공부는 30살 정도부터 6년 정도 했고, 단편영화도 제작했다. 그간 꾸준히 코미디 프로그램들에서 제안은 왔지만 그 때마다 ‘좀 더 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웃찾사 안철호 감독님께서 제게 제안을 준 1년 후 또 다시 ‘안 할래?라고 물으셨다. 간단히 술 한 잔 하자고 해서 나갔는데 MBC에서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을 다 데려오셨더라.(웃음)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결국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저를 좋게 봐주신 것도 고마웠고. 마음이 돌아선 거다. 이제야 그런 생각이 들더라. 코미디는 어디서 해도 상관없다는 걸. 이젠 어떤 무대가 되던 코미디를 할 수 있단 생각이 든다.


사진제공=SBS


Q. 돌아온 코미디 무대, 소감은 어떤가. 무엇이 가장 좋나?

A. 일단 후배들이 정말 너무나도 좋다.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성급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식구 같은 느낌이 든다.(웃음) 후배들이 잘해줘서 고마웠다. 제가 아무리 선배라 해도 처음 보는 사람인데, 먼저 ‘식사 하셨어요 ‘정말 손헌수 선배가 와주셔서 좋아요라는 말을 볼 때마다 해줬다.

그런 말이 아무리 빈말이라도 듣고 기분 좋지 않을 사람 누가 있을까. 환대받는 느낌이 정말 좋고, 힘이 나더라. 그렇게 살갑게 대해주는 후배들 덕분에 제가 더 일찍 적응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실력도 물론 정말 좋고.

제가 깨달은 게 ‘웃찾사의 강점은 인력 인프라가 잘 돼 있다는 거다. 물론 ‘개콘엔 전통이, ‘코빅엔 더 자유로운 개그를 할 수 있는 배경이 있는 등 프로그램 마다 장점과 특색이 있다. 하지만 ‘웃찾사엔 50~60명의 후배들이 있고, 이들을 육성할 만한 시스템이 있다. PD님들의 역할 분담도 정확하고, 코미디언의 복지도 꽤나 신경써주고. 그런 부분이 제가 꿈꾸는 미래와 닮아 있었다.


Q. 그렇게 오자마자 무대에 올린 코너 ‘전설의 무대, 어떻게 탄생했나.

A. 전에 할아버지 역할을 한 번 한 적이 있다. 그 때 반응이 좋았다. 이번에 안철호 감독님께서 ‘할아버지 한 번 해볼래?라고 물어보시더라. 코너가 생각보다 안 나오기도 했고.(웃음) 생각 끝에 ‘할아버지 코너 카드를 잡았는데, 웬걸. 대학로 공연장에 올렸더니 반응이 정말 좋더라.(웃음) 바로 다음 주에 방송 무대에 올리자 하셨다.

사진제공=SBS


‘전설의 무대는 전부터 조금씩 생각한 것이기도 하다. 만에 하나 ‘할아버지를 다시 한다면? 이런 생각을 하며 조금씩 채워왔던 코너였다. 직업과 ‘최초를 결합해 코미디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코너 이름도 원래는 ‘최초의 인간이었고, 다음 제목은 전문가가 마지막 무대를 한다는 ‘마지막 무대였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제목대로 간다고 말려서 결국 ‘전설의 무대란 이름으로 나오게 됐다.(웃음)


Q. 김영과 콤비를 이뤘다. 왜 다른 이가 아닌 김영이었나?

A. 김영이 원래 정말 잘 하는 친구인데 가려져 있었다. 이 친구가 또 저와 동갑이다. ‘선배님이라 부르기에 그냥 말 놓자고 제가 먼저 말해서 친구가 됐는데, 가만 보니 정말 실력이 좋더라. 그래서 같이 하자고 제가 먼저 그랬다. 흔쾌히 김영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해줬다.

사실 ‘전설의 무대는 김영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재미없었을 것 같다. 저는 사실 대사 하나까지 완벽하게 짜서 무대에 올라가는 스타일이다. 김영 스타일은 틀을 짜놓고, 올라가서 애드리브로 하는 스타일이다. 완전 반대다.(웃음) 처음 하는 스타일이라 불안했지만, 김영의 스타일로 해보기로 했다.

무대에 올랐는데 김영이 미친 듯이 애드리브를 던지더라. 처음에는 너무 갑작스럽게 나와 저도 당황했다.(웃음) 하지만 그게 ‘빵터지고, 분위기가 점점 물을 타면서 서로 주고받는 게 완벽하게 됐다. 정말 이렇게 재밌게 무대를 한 게 처음이었다. 후배들도 ‘정말 재밌었다고 말해주더라.

사진제공=SBS


그 때 ‘아, 김영이 정말 잘 하는 친구구나 한 번 더 느꼈다. 사실 개그맨 친구들 사이에서는 잘한다고 소문이 난 친구고, 몇몇 개그맨들도 제게 김영 칭찬을 따로 해줄 정도였다. 방송 무대에서는 15% 정도 애드리브로 나오는데, 공연장에서는 거의 30% 정도가 애드리브인 것 같다. 이제 김영이 더욱 탄력을 받았기 때문에 아예 애드리브로 채울 수 있는 구간을 코너에 마련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Q. 안철호 PD님께서 할아버지 역할은 손헌수가 최고”라고 극찬을 하시던데. 방송사 마다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가 다른데 SBS에서 금방 적응을 한 것 같다.

A. 저 말고도 잘하시는 분 많았을 텐데.(웃음) 제가 최근에도 할아버지 역할을 했고, 다시 할아버지 역할을 한 거라 더 그렇게 느끼셨을 수도 있다. 조심스럽게 제 칭찬을 하나 하자면 제가 하나를 파면 잘 판다. 할아버지도 일반적인 할아버지 말고 ‘일본 할아버지를 많이 팠다.(웃음) 한 우물을 팠더니 나온 칭찬인 것 같다.

사실 웃음 포인트는 아직도 찾는 중이다. 지난주에도 한 번 ‘혼났다.(웃음) ‘웃찾사가 호흡이 빠르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전 MBC에 오래 있다 보니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는 그 느린 템포가 이미 몸에 좀 남아있다. 그걸 지적당한 거다. 지금도 100% 잡힌 건 아니다. 그래서 대학로 공연장에 더 많이 오르려 하는 거고. 소극장에 올라 살아있는 웃음을 받아보니 조금씩 감이 잡혀가는 것 같다.


Q. ‘MBC 개그맨으로 죽고 싶었다는 말을 종종 해왔다. 연차에 비해 다른 방송사로의 이동도 별로 없었고. 특별한 이유가 있냐.

사진제공=SBS


A. 저는 다섯 살 때부터 ‘MBC 코미디언을 꿈꿨다. 배삼룡, 송해 선생님 다 MBC 출신이었다. 전 MBC의 마지막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당분간 코미디를 하지 말자고 마음먹은 후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많이 바뀌었다. 무대가 어디든 코미디를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한 거다. ‘나를 버린 게 아니라 기회를 주신거다라는 마음도 들었고.

전 ‘웃으면 복이와요 대본부터 전부 다 가지고 있다. 마음 속 깊이 ‘코미디언으로 죽자고 생각하고 있다. 직접 코미디언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겠단 생각을 많이 했다. 제가 처음에 코미디 시작할 때 임하룡 선생님 세대와 함께 코너를 했는데 과거와 현재의 코미디를 잇는 교두보 역할도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있다.

코미디언의 세상을 꿈꾸고 있다. 코미디가 정말 좋다. 우리나라 코미디언들이 생각보다 참 대우를 못 받는다. 코미디언이 존중받는 일본의 시스템을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많이 한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Q. 영화부터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작품을 만들어왔는데.

A. 연기도 했고, 뮤지컬도 했고, 시나리오, 작곡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코미디언은 기획부터 연기까지 전부 다 한다. 그런 특성을 살려 이것저것 많이 했더니 독특한 결과물들이 나왔다. 특히 단편 영화가 미장센영화제에 뽑혔는데, 그 때 관객석에 앉아 제가 터뜨리고 싶었던 장면에서 다 같이 ‘빵 터지는 경험을 하고 난 후 전율을 느꼈던 게 가장 기억이 난다.


그런 경험들을 통해 무대 개그에만 국한되면 안 되겠단 생각을 했다. 다양한 장르의 ‘퀄리티 있는 코미디를 만들고자 했다. 드라마나 앨범은 남지만 개그는 그 무대 한 순간만 남지 않나. 그래서 코미디를 작품으로 남기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코미디에서 비롯된 독특한 발상을 각종 장르에 넣어보면 어떨까 생각해서 도전을 하게 됐고, 나름대로는 다양한 교훈을 깨달으며 발전한 계기가 됐다.


Q. 어떤 코미디언으로 남고 싶나.

A. 딱히 생각나는 수식어가 없다. 단지 ‘코미디언으로 남고 싶다는 것. 코미디를 하고, 제작하고, 연기하고. 그냥 ‘코미디언으로 남고 싶다.


◇ 손헌수는 누구?

손헌수는 1980년 3월 17일생으로, 2000년 MBC 11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2001년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데뷔 초반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MBC ‘웃으면 복이와요 ‘개그야 ‘하땅사 ‘코미디에 빠지다 ‘코미디의 길 등을 거쳤다. 최근 SBS ‘웃찾사로 거점을 옮겨 ‘전설의 무대라는 코너로 시청자들을 다시 만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