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에서 20석 이상 확보가 유력한(13일 21시 30분 기준)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국회는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이 충청권을 석권했던 15대 국회 이후 20년 만에 ‘3당 체제로 개편됐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과 동일한 협상 권한을 획득한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막강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총선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 ‘임시 휴전을 맺은 당내 인사들이 내부 권력 투쟁을 재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야권연대 논쟁과 공천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당을 이탈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수개월동안 정치를 바꾸고 국회를 바꾸겠다는 일념으로 캐스팅보트를 확실하게 행사하겠다”고 선언해 왔다. 역대 최저 법안 처리율(43.3%)을 기록한 19대 국회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국민의당은 향후 20대 국회 상임위 구성과 의사일정 논의 등에 참여하게 된다. 각 상임위도 ‘여야 간 협상이 아니라 ‘3당 간 협상이 필요한 구조로 바뀐다.
국민의당의 힘은 상황에 따라 여당과 야당 중 한 쪽에게 힘을 실어주는 ‘스윙보트(swing vote)에서 나온다.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합의 없이 쟁점 법안 상정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상정조차 못한 법이 수두룩했다. 국민의당이 여야 교섭단체 협의에서 협상력을 발휘하면 양당 체제에서는 불가능했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날 21시30분 기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과반수 획득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돼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당론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하기 위해 국민의당 표에 의지해야 한다. 국민의당의 협상력을 한층 끌어올릴 요인 중 하나다.
국민의당 선택에 따라 국회선진화법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재적 의원 5분 3 이상(180석)이 동의하면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을 상정·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최종 개표 결과 다수당(새누리당 유력)과 국민의당 의석수가 180을 넘으면 그동안 여야 이견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박근혜정부 경제활성화법도 처리할 수 있다.
‘새정치와 ‘양당 체제 개혁을 기치로 내세웠던 국민의당은 정치개혁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는 데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안철수 대표는 다당제가 되면 국회 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안 대표는 또 총선 후 소선거구제 변경,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압승할 것으로 보여(이날 21시30분 기준) 야권 지형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호남 지지를 등에 업은 국민의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통합과 정권 창출 과정을 주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남에서 ‘양당 체제가 형성된 것은 지난 17대 총선 이후 12년만이다.
국민의당은 향후 제3당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내부 시스템 정비와 전국 정당으로 자리잡기 위한 당 외연 확장에 힘쓸 예정이다. 국민의당은 특히 인재 영입에 꾸준히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한다.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 등이 핵심 영입 대상이다. 안 대표는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라면 누구나 함께살 수 있다”며 이번 총선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했을 당시 관심있게 보고 있는 인사”라고 러브콜을 보낸바 있다.
국민의당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 관계자는 당선 후 탈당을 고려하고 있는 현역 의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 세력과 각을 세운 호남 현역 의원 일부가 당을 떠날 수 있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그래서 30석 이상을 얻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에는 ‘거물급 인사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당 지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신경전이 국민의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현재 국민의당에는 호남에만 천정배, 정동영, 박지원 현·전 의원이 포진해 있다. 안 대표와 야권 연대를 놓고 등을 돌린 김한길 의원 또한 선거가 끝나면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강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