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총선후 경제정책] `한국판 양적완화` 화두 불 붙었지만 한은법 개정등 난항
입력 2016-04-13 16:56 

4·13 총선 공약 가운데 가장 많은 논란을 낳았던 ‘한국판 양적완화의 시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봉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이 주장한 한국판 양적완화는 기업구조조정 자금마련과 가계부채 부담경감을 위해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채권(산금채)과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인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점점 심각해지는 ‘돈맥경화 현상을 타개함과 동시에 한국경제를 짓누르는 부실기업·가계부채 양대 축의 무게를 덜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은이 본원통화 1원을 공급했을 때 시중에서 얼마나 신용이 창출되는지를 보여주는 통화승수(본원통화대비 M2, 평잔 계절조정 기준)는 올 1월 17.3배로 집계돼 19년 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계부문은 1200조를 돌파한 가계 빚에 대한 상환부담과 함께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득이 늘어도 돈을 쓰지않는 역설적인 상황에 갇힌 지 오래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 자금잉여 규모는 99조 2000억원으로 집계돼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가장 많았다. 기업 투자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GDP 대비 총고정자본형성 비중은 29.1%로 1976년(26.4%) 이후 3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통적 정책이 아닌 발상의 전환을 통해 부진의 늪을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 양적완화 찬성론자들의 근거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내건 양적완화는 정부보증채 인수만 가능하게 한 현행 한국은행법의 개정을 필요로 하고 있어 실제 시행까지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여당의 양적완화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선진국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 강조했고 국민의당 역시 한은 금고를 털어 돈 선거를 치르겠다는 선심성 공약”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운 상태다.
지난달 30일 특정 정당의 공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말을 끝으로 ‘노코멘트를 유지하고 있는 한은도 시행방법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면 본격적으로 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경기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해 금리인하냐 양적완화냐를 놓고 고민하게 될 정도로 총선 후 완화적 통화정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강해질 것”이라며 올 6월에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자본유출 위험 정도가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관건은 통화당국의 산금채 인수가 기업 구조조정에 약(藥)이 될지 독(毒)이 될지 여부다. 기업 구조조정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강봉균 위원장이 말하는 양적완화가 어떤 의미의 양적완화인지, 어떤 식으로 시작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다”며 확실한 것은 가망이 없는 기업을 연명하는 식의 방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말하자면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일정 기간 도와주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업들에게 기회를 주는 재원이 필요한 거 아니냐 이런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기업 구조조정은 옥석(玉石)을 가리는 일인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실기업 여신이 많아 지원해줘야 할 기업을 제때 지원해주지 못하는 부담을 덜어준다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은 각각 4.55%, 3.29%로 국내 은행 평균치인 1.71%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총선 이후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과 더불어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라는 주문도 잇따를 전망이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최근 은행에 의한 상시 구조조정이 기본인데 현재 은행장 인센티브 구조가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구조조정은 항상 이야기만 하고 현장에서 책임지고 하는 이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석우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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