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풍자한 독일 코미디언을 형사 기소해달라는 터키 요청을 독일 정부가 사실상 거부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테판 사이버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이 풍자 내용을 살펴보고 나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지만, 언론자유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독일 총리실·법무부·외무부는 함께 논의를 한 후 터키측 요청을 거부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코미디언인 얀 뵈메르만은 지난달 31일 공영 NDR 방송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바보, 겁쟁이, 자만덩어리”라면서 염소나 양과 수간(獸姦)하는 인물로 암시하는 시를 낭송했다. 터키 정부는 방송 직후 앙카라 주재 독일 대사를 소환해 항의하고, 독일 정부에 뵈메르만에 대한 기소를 공식 요청했다. 이에 독일 검찰은 뵈메르만 풍자가 적법한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독일 형법상 외국 기관 또는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독일에서는 메르켈 총리가 유럽연합(EU)의 난민 처리 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터키 정부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메르켈 총리가 지난 3일 아흐멧 다부토글루 터키 총리와 통화하며 뵈메르만 풍자를 ‘무례하다고 평한 후 비난 여론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유럽 각지 유력 인사들은 뵈메르만을 지지하고 있다. 독일 미디어업체 악셀 슈프링거의 마티아스 되프너 최고경영자(CEO)는 공개서한을 통해 뵈메르만 풍자시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귀중하다”고 강조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도 11일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난민문제에 대한 터키와 협정을 보면) 유럽은 이미 영혼을 잃었다. 이제는 유머를 잃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종종 뵈메르만의 풍자 대상이 됐던 인물이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처신과 대비된다는 평가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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