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동안 펼쳐진 이번 4·13 총선은 정책·이슈·인물이 실종된 ‘3무(無) 선거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야는 굵직한 이슈도, 선거판을 흔들 만한 정책도 발굴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직 선거 구도의 유불리에만 매달렸다. 지역구도 해소나 정치개혁 공약 등 국민이 바라는 변화는 모색하려는 노력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이번 총선은 박근혜정부 중간 심판의 성격이 있었음에도 여야 대결보다는 ‘여여(與與)-야야(野野)간 공방이 더 치열했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공천 파동으로 인해 새누리당은 영남권에서 스스로 다여(多與) 구도를 만들었다.
특히 현 정권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TK)과 일부 수도권 지역구에서 여당을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이 친정인 새누리당 후보에게 매서운 칼날을 겨눴다. 선거 초반 새누리당이 정책 대결보다 무소속 바람을 진화하는 데 함몰된 배경이다. 당내 경선 기간 불어닥친 이른바 ‘진박 역풍에 놀란 새누리당은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당내 친박계 핵심들이 모두 나서 TK 민심을 달래느라 전전긍긍했다.
결국 대구의 새누리당 후보들이 유권자들을 향해 무릎꿇고 사죄하는 웃지못할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선거전략은 시종일관 ‘엄살과 ‘읍소 두 가지뿐이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내부에 칼을 겨누기는 야권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호남에 스스로를 가둔 채 진흙탕 싸움을 계속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의 지지세(부동층 제외)가 ‘4:3:1로 갈린 수도권에서 야권은 끝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더민주는 새누리당과 일대일로 맞서지 못한 채 녹색 바람을 진화하는 데 골몰했다. 국민의당은 양당을 패권정치라고 싸잡아 비난하면서 성공적으로 틈새를 파고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야권 표를 나눠먹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새 인물 발굴에도 여야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다. 새누리당은 상향식 공천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면서 새 인물 발굴을 등한시하다가 박근혜정부 출신 관료들을 정치 신인으로 내세우는 데 그쳤다.
더민주는 그나마 새 인물을 일부 수혈했으나 정치적 상징성이나 대표성이 있는 인물로 찾아 보긴 어려웠다. 국민의당은 더민주 공천 탈락자나 기존 정치판 인물들을 수혈하는 데 급급했다.
이 같은 선거 구도 속에 유권자들의 표심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전국에서 경합 지역만 100여 곳에 달했다. 여기에 한 표가 아쉬운 후보들이 네거티브 선거운동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적발된 불법선거 행위는 총 911건(9일 기준)에 달한다. 중앙선괸위는 이 가운데 150건을 고발조치 했고 34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허위사실 공표, 불법 기부행위 등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경고 조치는 727건에 이르렀다.
안갯속 민심에 여야 후보자들은 지역 민심을 호도하는 데도 열을 올렸다. 이날 집계된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허위사실 공표는 지난 19대 총선(45건)보다 이번 총선(141건)에서 3배 이상 급증했고, 여론조사 관련 불법행위도 24건에서 84건으로 4배 가까이 불어났다.
[신헌철 기자 /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