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의 입국 사실을 전격 발표한 정부가 11일에는 지난 해 정찰총국 소속 대좌(한국군의 ‘대령 격)가 국내 망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망명 사실이 확인된 해당 인물은 한국에 정착한 북한군 출신 탈북민 가운데 최고위급에 해당한다. 더구나 그는 북한군에서 대남 공격·수비의 ‘최전선 역할을 하는 정찰총국 출신 간부급 탈북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北 대남도발 본부 고급장교도 탈북
그가 근무했던 정찰총국은 북한에서 대남공작으로 총괄하는 부서로 알려져 있다. 현재 북한 정권의 대남정책 총책임자인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전직이 정찰총국장이었다. 김영철은 지난 2011년 천안함·연평도 도발의 배후로도 지목될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북한은 2009년 2월 대남·해외 공작을 한 부서에서 모두 맡도록 하기 위해 기존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과 노동당 산하 작전부, 35호실 등 3개 기관을 통합해 정찰총국을 신설했고 첫 책임자가 초강경파인 김영철이었다.
정찰총국은 최근 우리 정부내 안보라인 주요 인사의 스마트폰을 해킹한 것을 비롯해 거의 모든 대남 도발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편제상으로 북한군 총참모부 산하 기관이지만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직접 보고하는 등 위상이 타 부서를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현 실세인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정찰총국 업무도 일부 맡고 있다” 밝혀 정찰총국이 매우 차별화된 위상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확인된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들과 정찰총국 소속 대좌의 탈북은 김정은 체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경제적 모순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모두 북한에서 좋은 출신 성분을 바탕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고 당과 국가의 선택을 받아 해외나 권력기관에서 일하는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생존·실적 ‘넛크래커에 낀 北간부
북한이 주요 보직에 배치한 이들이 김정은 체재 출범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후 탈북을 결심한 배경에는 김정은 체제 이후 두드러진 ‘공포통치와 ‘외화압박이 자리잡고 있다. 김정은 체제 안에서 공포통치와 외화난이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며 정년층 엘리트들을 생존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내부적 통제와 처벌, 부족한 외화를 벌충하기 위한 평양의 상납금 압박이라는 ‘넛 크래커에 낀 외화벌이 일꾼들과 중간 간부층의 탈북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0월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최근 3개년간 북한의 해외주재관 출신 탈북민들이 △2013년 8명 △2014년 18명 △2015년 20명 이상이라고 보고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달부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시행된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훨씬 들어날 전망이다. 현재 한국에 정착한 북한 간부 출신 탈북민들은 정권 비자금 관련 부서에서부터 외무성, 대외경제성, 내각과 인민군 기관을 아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대북제재 이후 정권 차원의 비자금 축적이 곤란해지고 간부들도 이권사업에서 경쟁이 격화되며 (당국으로부터) 외화벌이 독려가 심해졌을 것”이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외화벌이 업무가 상당부분 김정은 비자금을 관장하는 ‘노동당 39호실로 통폐합되면서 간부급들이 실적미달에 따른 처벌·숙청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훨씬 심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사탈북 늘면 北정권에 큰 부담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에 공개된 일련의 탈북·망명 사태가 곧바로 김정은 체제에 직접적 균열을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유사 사례가 늘어난다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이번 집단탈북 사태 이후 해외파견 근로자와 주요간부를 더욱 엄격히 관리하고 사상교육을 강화할 것”이라며 (연좌제 등) 다른 해외 주재원들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 이들이 평양으로 돌아가지 않고 탈북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간부들의 탈북 몇 건이 당장 정권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사례가 계속되면 주민들 속에서도 ‘나도 남쪽으로 못갈 것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되며 사회 불안이 증가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이례적으로 특정 인물들의 탈북 사실을 발표·확인하는 양상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기존의 ‘조용한 탈북민 정책을 급선회해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의 입국 내용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해 있었던 정찰총국 대좌의 망명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정부는 관계기관의 신문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식당 종사자들의 입국 사실을 서둘러 공개하고 북한군 대좌 출신의 지난해 탈북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며 이는 (정부가) 북한 지도부가 불안하다는 판단을 유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안두원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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