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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김성오 “배우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
입력 2016-04-11 09:50 
[MBN스타 손진아 기자] 배우 김성오에게 영화 ‘널 기다리며(감독 모홍진)는 자신이 영화를 더욱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작품으로 기억된다.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던 작품이었고, 더 섬세하고 한층 강렬해진 연기를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를 죽인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온 그 날, 유사 패턴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15년간 그를 기다려온 소녀와 형사, 그리고 살인범의 7일간의 추적을 그린 스릴러 ‘널 기다리며에서 김성오는 연쇄살인범 기범 역을 맡아 극의 서늘한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시나리오를 읽고 ‘세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그는 시나리오 자체에서 주는 감성적인 느낌과 ‘희주(심은경 분)라는 소녀가 살인을 한다는 설정에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희주의 대사 중 ‘악이 승리하기 위한 조건은 단 한 가지인 것 같아요. 선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대사가 정말 좋게 와 닿았다. 나도 만약 희주의 입장이 되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느 누구나 그런 감정이 들지 않을까 싶다. 그걸 이성으로 컨트롤 하는 것뿐이지 만약 그 상황이라면 그런 희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성오는 연쇄살인범인 기범에 대해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굉장히 다른 생각을 갖고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쇄살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뇌구조가 다를 것이라 생각했고, 우월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라 풀이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우월감이라는 게 있다. 만약 한 사람이 어떤 프로젝트를 맡아서 회사에 이득을 남겼다고 한다면 거기서 나오는 성취감과 우월감이 생긴다. 그런 우월감이라는 게 기범한테는 살인으로 대변돼 나왔던 것이고 그게 성취감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범이 최초의 살인을 저질렀는데 아무도 잡지를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이것봐라, 재밌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또 살인을 반복한다. 일반 사람들이 자신을 잡지 못하다보니 ‘난 정말 우월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 걸 기초화해 우월감에 휩싸여 사는 기범을 필두로 두고 표현하려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김성오표 연쇄살인범 기범은 등장만으로도 서늘함을 자아낸다. 특히 그는 조금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기범을 만들기 위해 72kg에서 56kg까지 체중을 감량했다. 날카롭고 예민한 기범을 표현하는데는 앙상한 몸매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던 게 그의 설명이다.

시나리오 자체에서 굉장히 마른 아이라고 설명된 건 아니다.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행위와 대사들을 맞춰 합리화 시켜야하는데 기범이를 표현함에 있어서 표면적인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수염은 있을까, 안경은 꼈을까 등의 고민하던 찰나에 감독님이 크리스찬 베일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살을 빼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 괴기하게 마른 판타지적인 몸을 기범이에게 입히면 기범이를 표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기범이는 오랜 기간 동안 감옥에 있지 않았나. 우월감 있는 애인데, 누가 제보해서 감옥에 들어가 있었다. 기범은 그 상황이 억울해서 마음 편하게 밥을 먹고 그러진 않았을 것 같았다.”

기존 식사량을 50%이하로 줄이며 시작한 그의 다이어트는 강도가 높았다. 줄인 식사량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 24시간을 물과 비타민, 주스만 먹고 아무것도 먹질 않았다. 몸에 무리가 오는 것보다 배가 고픈 걸 참는 게 힘들었다는 그는 그래도 이틀밖에 안했다. 이틀밖에 못 참는다는 거는 말도 안되는 거라 생각했다”며 껄껄 웃었다.

노력 끝에 완성한 기범의 몸은 근육 조감도를 연상시키는 앙상한 몸매였다. 김성오는 표면적으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함과 동시에 자신의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고 싶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목표로 설정해 둔 건 기범의 괴기한 몸을 보여주자는 거였다. 촬영 전에는 희대의 살인마 등의 자료를 보고 그들이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기범의 우월감에 기초를 표현하고 싶었다면 한편으론 살인검 기범이 100명의 관객 중 1명에게는 매력적이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센 역할만 들어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덜어낸 김성오는 이젠 배우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특히 ‘널 기다리며에 대해서는 내가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갈망하고 살아왔고, 배우가 됐다. 어떻게 보면 내가 꿈꿔왔던 배우, 내가 사랑했던 배우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영화를 더 사랑하고 있었구나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배우의 길을 꾸준히 걸어올 수 있었던 그만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김성오는 꿈이 배우였고 지금은 배우가 됐다. 그리고 배우 김성오가 생각하는 또 다른 배우의 꿈이 있지 않나. 그 목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거기까지 힘차게 달려가야 할 시기이고, 달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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