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외화벌이 첨병이 흔들렸다`…대북제재 실효성 신호?
입력 2016-04-10 17:22  | 수정 2016-04-11 08:16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들은 김정은 정권 자금줄의 첨병이자 돌격대였다, 이들까지 탈북했다는 것은 대북제재가 북한 해외조직의 ‘세포에 닿아 실효성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다”
탈북민 출신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10일 이같이 말하며 대북제재가 북한 해외 외화벌이 조직의 바닥을 조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 소장은 그 사람들은 보통 다섯 명 당 한 명씩 보위부 요원들이 다 배치가 돼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세 명이나 탈북했다는 것도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탈북민 출신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대량탈북 사태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거나 앞으로 더욱 그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02년 탈북해 국내에서 북한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병욱 북한개발연구소장은 대북제재로 인항 북한식당의 경영난이 이번 탈북사태에 상당한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견해를 펼쳤다. 김 소장은 (대북제재로) 손님이 줄고 식당 운영이 잘 안되면 북한 당국은 재정검열(세무조사) 등의 방법으로 식당을 조이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상납과 횡령 등이 드러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의 탈북에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는 향후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미·일은 물론 중국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대북압박 전략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통일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탈북은 북한에서도 소위 출신 성분도 좋고, 중산층 정도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집단 탈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며 북한 내부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한 정도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례가 앞으로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며 이번 사태가 북한 내외부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탈북민 출신 박사인 김영희 통일준비위원회 경제분과 전문위원도 향후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이번 사태와 유사한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들의 탈북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제재와 핵·미사일 도발국면 속에서 북·중 국경을 강력하게 틀어막고 감시·처벌을 강화하는만큼 해외에 파견된 외화벌이 일꾼들의 불안과 불만이 가중돼 탈북이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정부는 채택 한달여를 맡은 대북제재 효과와 관련해서는 △해외주재 북한 은행·상사 활동 △동남아서 이뤄지는 인편을 통한 현금수송(벌크캐시) △해외 북한식당 경영 등이 매우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북한 외교관들은 유엔 대북결의 발표 이후 스리랑카를 통해 현금 15만 달러를 옮기다가 현지 공항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탈북민 출신 대북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 내부에서 제재강화에 따른 어려움을 예상해 시장상황이 불안해지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수집한 내부사정을 전했다. 다만 이들 중에서는 아직 대북제재가 본격적으로 이행된지 한달 정도밖에 안돼 구체적인 효과를 검증하기 이르다는 신중론을 펼치는 이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북·중 국경에서는 북한이 다음 달 7차 당대회를 앞두고 경제성과를 내기 위해 이른 바 ‘70일 전투를 다그치면서 이에 필요한 석유류값이 급등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북한에서 4~5월이 통상적인 ‘보릿고개 철임을 감안하면 부족한 식량 사정도 다소나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북한 호위사령부 산하기관 연구원 출신인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은 전반적으로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도 북한이 아주 어려워진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로 며칠 전 (북한) 밖에 나와있는 사람에게 돈을 더 내라는(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북한 내부에서 돈 있는 사람들이 향후 대북제재 강화를 예상해 상품을 ‘사재기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찬일 소장은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식용유, 설탕, 담배 등의 가격이 최근 두배까지 뛰었다고 다소 다소 떨어지는 분위기”라며 이건 수요가 충족되서 그런 것이 아니라 북한 사람들이 결핍에 적응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베이징 내 한인타운이 있는 왕징의 대표적인 북한식당 ‘옥류관은 중국내 북한식당 종업원 탈북소식이 전해진 10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옥류관에는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가족단위 중국인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 종업원은 집단탈북 뉴스를 들었냐는 질문에 모르겠습니다”고 하더니 요즘 한국손님들이 줄어 힘들지 않냐고 묻자 일없습니다(괜찮습니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베이징에는 옥류관과 같은 북한식당 20여곳이 영업하고 있다. 중국 전체로는 100여개에 달한다. 김정은이 집권한 뒤 4년만에 3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북한식당들의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 2013년 3차 북핵실험과 지난 1월 4차 핵실험 등으로 우리 정부가 북한식당 이용 자제를 권고해 한국인 방문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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