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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금융위원회의 쓴 소리 "현대상선 망하게 둬야 한국경제 산다"
입력 2016-04-10 16:12 

현대상선이 다시 일어설 능력이 없다면 망하게 내버려둬야 합니다. 기업구조조정은 정부가 개입해선 안되는 영역입니다.”
경남기업, STX조선해양 등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한 기업구조조정이 연이어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업구조조정 기능을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6일 ‘좀비기업 연명수단으로 변질된 정책금융의 변신에 대한 해법을 듣기 위해 금융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금융위원회(위원장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열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것은 혈세를 투입해 좀비기업 부실을 키우는 꼴 밖에 안된다는 것이 민금위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정경유착으로 인해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어렵고, 기업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기 보다 정치권 로비를 통한 금융 지원만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장옥 위원장은 망할 기업은 빨리 망하고 성할 기업은 빨리 일어나야 하는데 정부가 개입해서 자본시장 기능만 도태시키고 있다”며 사모펀드(PEF), 벌쳐펀드(Vulture Fund) 등 민간 금융기관이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구조조정은 상시 진행돼야 되는데 정경유착으로 인해 ‘내 임기 중에는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조성돼 계속 부실기업이 쌓이고 있다”며 결국 폭발 일보 직전이 되서야 정부가 나서서 한꺼번에 처리하는데 제대로 처리할 능력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도 정책금융이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되려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며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이 부실기업을 연명시키면서 결국 우리 경제시스템 전체를 부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책금융기관은 대부분 과거 정부 주도로 경제개발 계획이 진행될 때 기업의 해외진출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는 민간 분야가 경제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기능 축소 및 통폐합이 진행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해야할 일은 적어졌는데 조직 규모는 커지고 있어 같은 기업에 대한 중복지원이 많고, 민간 금융기관들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기관은 제 역할을 다해도 계속 조직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기관마다 필수 기능만 남기고 슬림화한 뒤 정책금융 지주회사를 만들어 불필요한 경쟁으로 인한 중복 지원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배현기 하나금융연구소장은 정책금융기관은 민간금융기관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정당한 경쟁이 되지 않고 시장을 왜곡시킨다”며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민영화를 다시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금위 전문가들이 정부가 기업구조조정 기능을 민간으로 이양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한 것은 주로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 제도가 최근 실효성을 잃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로 진행하는 소위 ‘75%룰로 대표된다.
외환위기 직후 부실기업 정리작업을 주도했던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과거에는 채권단이 주로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들로만 구성됐고 정부가 시중은행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75%룰에 기반한 워크아웃 제도가 작동할 수 있었다”며 최근엔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 비중이 급증하면서 채권단 구성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모든 채권단을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해서 이끌어간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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