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박광태 신임 중소기업학회장 "대-중소기업 신뢰 구축 돕겠다"
입력 2016-04-10 15:42 

모든 게 디지털화돼도 신뢰는 디지털화가 안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서로 떨어져서 데이터만 놓고 다투지 말고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며 신뢰를 쌓아야돼요. 제가 거기에 밑거름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 8일 중소기업학회 신임회장으로 취임한 고려대 경영대학 박광태 교수의 일성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새로운 상생협력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다. 박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관련 연구를 하면서 양측간 소통과 신뢰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혔다. 가능한한 올해 안에 중소기업학회가 앞장서 대기업, 중소기업 양측이 모두 참여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박 교수는 중소기업이 잘 해놓은 것을 대기업이 손쉽게 가져간다는 인식을 깨고 일단 양측이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며 서로의 어려움, 이익, 정보를 모두 꺼내놓고 공유하면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 가능해지고 결국 신뢰가 바탕이 된 산업 생태계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협력업체에 다가가 자사의 우수한 기술이나 업무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는 사례에 주목했다. 그는 대기업도 협력기업이 잘 돼야 좋은 부품을 조달해서 우수한 완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라며 대기업의 인사관리·마케팅·금융 등 노하우를 중소기업이 흡수하면 세계시장 진출에서도 훨씬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조화로운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유통업체인 코스트코의 경우 협력업체와 같이 일하면서 아무리 수익을 많이 창출해도 번 돈의 15%만 가져간다는 룰을 지켜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이런 룰은 처음 만들기는 어렵지만 한번 만들어지면 시장 전체에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새로운 제도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중소기업들이 수많은 정부의 중기 지원사업들 중 자사에 꼭 맞는 정책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검색시스템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정부 부처별로 다양한 중기지원정책들이 이미 마련돼 있지만 정작 현장의 중소기업들을 방문해 보면 각각의 사업들이 너무 복잡해서 어느 부처, 어느 지원책에 신청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미 중기 지원책은 충분한데 흩어진 진주 마냥 찾기 얼울 뿐”이라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매야 보배라는 말처럼 중기 지원책을 현장 기업들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매트릭스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매트릭스의 한 축에는 중소기업 지원의 핵심 요소인 기술·인력·금융·유통 네가지를 놓고, 다른 한 축에는 정부 부처들을 놓은 뒤 이를 통합하는 검색시스템을 중소기업학회가 만들어 제공하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검색시스템에서 중소기업 대표가 몇몇 검색조건을 입력하면 어느 부처, 어느 사업을 신청해야 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검색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재 중소기업 지원책 중 중복된 사업들도 추려내 통합함으로써 정책 지원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사·석사를 마치고 UC버클리에서 산업공학·경영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96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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