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숙사 신축 대학-반대하는 임대사업자 `접점 있을까`
입력 2016-04-08 15:03 

대학교 기숙사 신축을 놓고 학생들의 주거권과 주변 임대업자들의 생존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사회갈등으로 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저렴한 생계비에 걸맞은 주거권 보장을 위해 기숙사 신축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며 생존권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숙사 신축을 둘러싼 학생과 학교, 지역 주민들의 갈등이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며 임대업자가 이익을 보려면 학생들의 주머니에서 그만큼 돈이 나가야 하고 학생복지를 위해 기숙사를 신축하면 임대업자가 손해를 보는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요 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은 연세대 31.2%, 서울대 20.4%, 고려대 10.5%, 서강대 12.2%, 이화여대 8.7%, 홍익대 4.2% 수준이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홍익대 등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 신축 기숙사를 짓고 있다. 반면 고려대의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에 기숙사 신축이 좌초된 바 있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기숙사를 둘러싼 갈등은 과거와 달라진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년 동안 대학 주변에 생계형 원룸들이 우후죽순 생긴 상황에서 기숙사가 신축되면 지역 주민들이 생계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현재 경제사회구조에서는 자영업으로 성공하기도 어렵고 은행에 돈을 맡겨봐야 수익을 내기도 힘들다”며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학숙집과 원룸 임대에 생계를 걸 수 밖에 없는 만큼 물러설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학생들은 기숙사 신축에 목을 매고 있다. 높아진 등록금에 대학가 임대료까지 오르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늘고 있어서다. 김 연구원은 양측이 처한 사회구조적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법으로 김영세 연세대 교수는 제3자가 중재를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갈등이 제로섬 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어 학생과 임대업자에게 맡겨서는 타협점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과 지역간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중재자가 없고,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해 양측의 갈등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자칫 주민들이 실력행사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학교 역시 중재에 소극적이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청회 개최도 주저한다. 양측에 끼어 공연한 비판을 받는다며 어울해 한다. 대학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학교 예산을 투입해 기숙사 신축에 나섰는데, 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니 곤흑스럽다는 것이다. 막상 지역 주민들과 대화를 하려고 해도 대표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호소를 하기도 한다.
김삼호 연구원은 각 대학들 사례를 보면 학교와 학생, 지역 주민들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성사된 경우가 드물었다”며 양측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지자체 등이 중재자로 나서 갈등을 조율하고 대학과 학생,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토론의 장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다세대 주택 등을 대학 측이 사들여 기숙사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현실성이 낮다. 기숙사 신축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서울 땅값이 매우 비싼 탓에 대학에서 이를 사들일 만한 돈을 마련하기도 힘들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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